학교 수업 환경의 변화와 갈수록 대형화되는 관련 업계 탓에 문방구와 서점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대전의 문구용품 소매업 개인사업체는 최근 10년 새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875곳에서 2006년 72곳, 2011년 511업체로 41.6%가 크게 줄었다. 10년 새 41.6%가 사라진 것이다. 종사자 숫자도 덩달아 줄었다. 2001년 1333명에 달했지만 10년이 흐른 2011년에는 837명으로 500명 가까이 문방구 경영에서 손을 뗐다.
수치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영세 문방구의 힘겨움을 읽을 수 있다.
개교 52년 된 대전 중구 A초교는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학교 정문과 후문에 6개의 문방구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하지만, 28일 직접 이 학교를 찾은 결과 후문 쪽에 있던 문방구는 모두 없어졌다. 그나마 정문에 2곳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어 경영난을 실감케 했다. 둔산 한복판에 있는 B초교 인근에는 문방구가 전무했고 식당과 술집만 가득했다.
중구 C초교 앞에 있는 문방구 주인은 “최근 들어 방학은 물론 학기 중에도 가게를 찾는 학생 구경하기가 어렵다”며 “과자, 하드 등을 파는 것이 고작인데 하루에 5만원 벌이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문방구 쇠락의 원인은 '준비물 없는 학교'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당국은 2000년대 초부터 연필, 노트 등 기본용품을 제외한 기타 학습준비물을 일선 학교에서 직접 준비토록 했다. 2011년부터는 전국의 모든 학교로 확대됐다.
대전시교육청도 140여 개에 달하는 관내 초교 전체에 준비물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과거 학교 앞 문방구에서 준비물을 사야 했던 학생들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문구용품 업체가 갈수록 비대해지는 것도 문방구 쇠락의 한 가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2001년 대전에 사업체 3곳 종사자 11명에 불과했던 문구용품 회사법인은 2011년 8곳 43명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일부 대기업 등에서 문구용품 시장을 노크하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현상은 학교 앞에 집중돼 있던 동네서점도 마찬가지다.
대전서점조합에 따르면 지역 서점 수는 318곳(2000년)에서 160곳(2013년)으로 158곳, 49.6%가 감소했다. 인터넷서점의 확산과 대형서점의 증가, 전자책의 확산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은 “문방구도 골목상권의 일원으로 이를 보호하려면 대형마트의 문구용품 판매 항목을 규제하거나 교내 매점이 학습 물품을 사실상 독점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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