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이야기]계포일낙(季布一諾)

  • 문화
  • 공연/전시

[묵향이야기]계포일낙(季布一諾)

한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킨다

  • 승인 2013-02-28 14:00
  • 신문게재 2013-03-01 11면
  •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대전둔산초 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대전둔산초 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초나라 사람 계포는 젊었을 적부터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알려져 '좋다'하고 한 번 말을 한 이상은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켰다. 뒷날 서초의 패왕 항우가 한나라의 유방과 천하를 걸고 싸웠을 때, 초나라 대장으로서 유방을 여러 차례에 걸쳐 괴롭혔으나, 항우가 망하고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자 목에 천금의 현상금이 걸려 쫓기는 몸이 되었다. 그러나 그를 아는 자는 감히 그를 팔려고 하지 않았으며 도리어 그를 고조황제께 천거해 주었다. 덕택으로 사면이 되어 낭중의 벼슬에 있다가 다음 혜제(惠帝) 때에는 중랑장이 되었다.

▲계포일낙(季布一諾)
▲계포일낙(季布一諾)
그는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도 의로운 일에 힘썼으므로 모든 사람들에게 신임과 존경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흉노(匈奴)의 선우가 당시 최고 권력자인 여태후(呂太后)에게 깔보는 투의 편지를 조정에 보내온 일이 있었다. 이에 진노한 여태후는 흉노 징벌을 위한 어전회의(御前會議)를 소집했다.

먼저 상장(上將) 번쾌가 나서며, “저에게 10만 병력을 주십시오. 소신이 오랑캐들을 깨끗하게 쓸어 버리겠습니다”라고 큰소리를 쳤다. 당시는 무슨 일이나 여씨(呂氏) 일문이 아니고는 꿈쩍도 못하던 때다. 신하들은 여씨 일문의 딸을 맞아서 여태후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번쾌에게 잘 보이려고 이구동성으로 맞장구를 쳤다.

그때였다. “번쾌의 목을 자르 십시오” 하며 감히 나서는 자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계포였다. 계포는 “한고조(漢高祖)께서도 40만이란 군대를 거느리고 정벌에 나섰다가 평성(平城)에서 그들에게 포위당하신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10만으로 응징하겠다는 것은 망발(妄發)입니다. 진(秦)나라가 망한 것은 오랑캐와 시비를 벌리고 있을 때 진승(陳勝)등이 그 허점을 노리고 일어났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들에게서 입은 상처는 오늘까지도 아물지 않았거늘 번쾌는 이것도 모르고 위에 아첨하기 위해 천하의 동란을 불러일으키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계포의 강한 신념에 찬 목소리에 좌우신하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계포의 목숨도 이제는 끝장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태후는 즉시 폐회를 명하였고 그 후 다시는 흉노 징벌을 입에 담지 않았다. 여태후는 계포의 신의를 믿고, 이 사건을 덮어 두었던 것이다.

“초나라 사람들은 황금 백근보다 계포(季布)의 일낙(一)을 얻는 것이 낫다”고 했다.

계포일낙(季布一)의 글귀처럼 우리도 약속한 일은 반드시 지키는 예절인이 돼 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