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파트놀이터 사라진다… 주차장 용도변경 신청증가 탓

최근 3년간 23곳 줄어

#1. 대전 동구 용전동에 사는 김모(41)씨는 아이들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주차공간은 늘어났지만, 아이들이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안쓰럽기만 하다.

#2. 서구 월평동에 사는 최모(10)군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 놀이터가 없어져 집앞에서 마음껏 뛰어노는게 어렵다. 멀리 떨어져 있는 놀이터에 가거나 주말에 부모와 공원에 가는게 전부다.

대전 일부 아파트 놀이터가 사라지고 있다.

마이카 시대가 심화되면서 아파트 내 주차공간이 부족해 놀이터·테니스장·조경시설 등을 주차장으로 용도를 바꾸기 때문이다.

27일 대전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23곳의 아파트 놀이터가 사라졌다.

이 가운데 지난해 아파트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바꾸기 위해 5개 자치구에 행위허가를 신청한 건수는 8건(동구 1·중구 0·서구 4·유성구 1·대덕구2)이다.

이는 시민들이 너도나도 자가용를 타고 다녀 차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기간 대전시에 등록된 차량은 2009년(55만3857대)에 비해 올해(59만6532대)는 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도 변경 행위허가는 주택법상 1994년 12월 이전 사업계획승인·건축허가를 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주택법에 따라 아파트 놀이터·테니스장 등 시설 용도 변경을 하려면 입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변경 면적 전체 2분의 1을 넘어선 안된다.

자치구 교통과에서는 용도 변경에 따라 주차장 1면당 50만원의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있어 용도 변경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놀이터를 주로 이용하던 어린이들은 놀이터 대신 주차장이나 도로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등 뛰어노는 모습이 빈번해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주차공간이 부족해 용도 변경 신청이 늘고 있지만, 반대하는 주민도 상당수 있다”며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게 안타깝다”고 했다.

김영재 기자 young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