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수현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최근 들어 경제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에서는 'Better Life Index'라는 명칭을 두고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균형 등의 11가지 주제들로 구성된 지표로 회원국들의 국가별 행복지수를 비교하여 발표하는 것을 보더라도 '국민행복'은 말 그대로 희망의 시대를 열 수 있는 주제어가 됨은 분명하다.
2012년 5월에 발표된 OECD자료에서 국가별 행복지수를 보면 우리나라가 36개국 중 24위를 차지했는데 치안과 안전, 교육, 삶의 만족 등의 항목에서는 높은 점수에 해당되었지만 소득, 지역사회의 공동체생활, 건강, 일과 삶의 균형 항목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고, 또 다른 민간차원의 국민행복도 조사인 영국신경제재단의 2010년 국가별 행복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63위에 그쳤다고 본다면 국민행복지수 향상은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하는 시대적 국정과제이다.
그러나 국민행복시대가 막연히 경제부흥이나 성장 정도를 나타내는 GNP나 GDP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경제선진국인 OECD 기준으로만 보면 사회보험이나 조세방식을 기초로 하는 유럽식 사회보장국가들의 국가별 행복지수가 높을 수 있지만, 민간의 영국신경제재단 기준에 따르면 미국은 105위, 영국은 40위, 프랑스는 50위, 독일은 46위에 그치고 경제후진국인 코스타리카, 베트남, 콜롬비아가 각각 1위에서 3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 수행에서 새롭게 인식해 볼 복지철학이자 정치철학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는 유난히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의 서구유럽식 논쟁이 많았고 무상복지제도들이 물질적 급여액을 중심으로 이슈가 되었다고 본다면 신정부에서는 이미 제시된 공약의 이행이라는 관점에서 복지재정확대라는 정치경제적 어려움은 예견될 수 있다.
따라서 물질적 복지에 치중한 국가복지재정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성급하게 국민행복시대를 기약하는 것보다는 행복의 의미와 거의 동일한 복지의 개념에 국정과제의 하나로 같이 제시된 '문화융성'의 개념이 융합이 될 수 있는 생활복지철학이 더욱 요구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올바른 복지는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정신적으로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생활복지 패러다임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기존의 방식인 물질적 급여를 늘리는 국가복지만으로는 이른바 포퓰리즘이라는 복지올가미에서 국가를 경영하는 정당이나 국민 모두가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된다.
물론 기초생활유지가 어려운 계층에게는 물질적 국가복지가 확대되어야 하지만 사회구성원 다수가 무상복지라는 복지함정에 의존하지 않고 진정한 행복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인 생활문화 속에서 서로 돕는 공동체정신을 발양할 수 있게 하고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나눔의 문화를 고양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복지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즉 조세부담이 많고 복지재정문제로 이미 한계가 드러난 북유럽방식의 물질적 복지제도를 섣불리 도입하는 것보다는, 자조와 협동의 정신이 융합된 한국형 생활복지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행복시대의 복지정치에도 부응하는 시대적 철학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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