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건양대 총장 |
동시에 우리는 새로운 전직대통령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난 5년간 국가 권력의 최정점에서 수많은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했던 '고독한' 자리에서 짊어져야 했던 그 엄청난 짐을 이제 새 대통령에게 물려주고 보통 시민으로 돌아오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결코 짧지 않은 5년의 시간 동안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걱정을 하느라 노심초사(心焦思), 숱한 잠 못이루는 밤을 보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대통령직이란 '고급 노예생활'이라고 회고했던 미국의 제7대 앤드류 잭슨 대통령의 고백이 이해될 듯하다.
전직대통령의 공과(功過)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지만 그토록 많은 수고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뒷모습이 유난히 쓸쓸해 보이는 것은 우리의 왜곡된 전직대통령관(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이후 새로 들어선 대한민국 정부의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17대에 걸쳐 10분의 대통령을 보아왔다. 그런데 초창기의 많은 대통령들은 평화적인 법질서에 의해서가 아니라 학생혁명으로 혹은 군부 쿠데타 등 초법적인 사태로 물러났다. 그 최후도 국외로의 망명생활 중 죽음이나 부하로부터의 시해(弑害), 부정부패로 인한 투옥, 심지어는 투신자살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정적인 역사로 점철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같은 전직대통령들의 부끄러운 모습은 국민들에게 대통령직을 존경보다는 비난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게 만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퇴임 후에도 높은 경륜을 지닌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헌신적인 활동을 하는 미국의 예 등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했다. 지미 카터 전 미대통령은 세계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평화와 화해를 이끌어내는 일을 하고 있으며 집없는 이들에게 무상으로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운동도 전개하고 빌 클린턴 전대통령 역시 종교와 환경문제 등으로 강연을 통해 대학과 시민단체 등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국 한 번 선출된 대통령은 그 임기에 관계없이 영원히 그 국민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봉사를 감당해야 한다는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진리를 우리는 주변 국가들에서 봐왔기 때문에 우리의 전직대통령들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던 것도 사실이다. 따지고보면 우리 법에 전직대통령에게도 현직에 버금가는 급여와 비서진과 예우, 그리고 경호까지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대통령직의 영속성을 웅변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는 퇴임 후에도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전직대통령을 봐오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파를 초월한 국정수행의 원로로서 국내문제 뿐 아니라 전지구적 문제에 있어서도 새로운 역할을 맡아줄 것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
꽉 막힌 남북문제의 돌파구 마련에 나설 수도, 침체에 빠진 국제경제문제의 해법을 제시할 수도 있다. 또 국가간 분쟁이나 종족분쟁 등 평화와 화해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수도, 보편적 인류애적 가치에 입각해 기근과 아사에 직면한 수많은 인류에 대한 구제활동에 나설 수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4일 사저로 돌아가기에 앞서 국립현충원 참배로 5년 임기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방명록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글을 남겼다. 사실상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대국민 메시지를 남긴 셈이다. 이 고사성어의 의미는 “물이 차면 배가 떠오른다”는 것으로 욕심을 부려 억지로 하지 않고 공력을 쌓으며 기다리면 큰 일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인 동시에 자신에 대한 다짐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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