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중구 한 골목에 폐간판이 방치되고 있다. |
원도심은 상권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빈건물마다 방치된 간판이 크게 늘었고 녹슨채 수년째 남아 있다.
골목 머리맡에 매달린 폐간판을 찾아 정비하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26일 찾은 대전 중구 유천동은 지난 수년간 상권 쇠락을 상징하듯 빈 상가들이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상가는 폐업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빈건물이 됐어도 유독 간판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빈건물에 남겨진 간판들은 이곳저곳 녹슨 채 1~2층 높이에 붙들여져 있었고, 일부 돌출광고판은 노끈으로 얼기설기 묶여 옥상에 매달려 있었다. 빈 건물에 홀로 남은 간판은 바람이 불면 언제 떨어질 지 모를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이러한 빈 상가의 방치된 간판은 상권유출을 겪는 동구·대덕구의 전통시장 인근 골목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방치된 폐간판은 도시환경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장마와 태풍이 겹치는 여름철에는 무거운 폐간판이 바람에 날려 인명피해를 낳고 있다.
그럼에도, 골목에 방치되는 폐간판이 증가하는 데는 상인과 건물관리인이 간판 철거에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상가내부 실내장식 철거에 신경쓸 뿐 상가를 옮길 때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간판은 그대로 남겨두기 일쑤다. 또 건물주는 건물미관을 생각해 새로운 상가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까지 간판을 남겨두려는 경향이다.
유천동 한 건물의 관리인은 “세입자가 들어올 때 전에 있던 간판을 철거하고 새간판으로 교체하려 했지만, 수년째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간판을 이제와 떼어내려면 장비를 불러야 하고 건물에 자국도 남아 번거롭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들도 불법 광고물을 정비하고 있으나 방치된 폐간판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폐간판도 사유재산이어서 소유자나 건물주의 승인을 받은 후 철거할 수 있는데 오래된 폐간판일수록 소유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
또 폐간판을 철거하는 예산도 별도로 마련하지 않아 장마를 앞두거나 연말에 주민 신고가 접수된 소수의 폐간판을 정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구 관계자는 “큰 도로가의 상가들은 오래된 간판이 없으나 주택가나 전통시장 골목에 빈 건물 폐간판이 남아 있는 수준”이라며 “건물주에게 자진철거를 유도하고 있지만, 직접 처리까지 행정절차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