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 논설위원 |
#어디 병역면제 하나만 그렇겠는가. 부동산 투기에 증여, 위장전입, 전관예우, 논문표절 등 보통 사람들은 어느 것 하나 경험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들이다. 어찌 그리도 냄새나는 짓들을 잘도 저질렀는지 놀랍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 후보자들의 그 같은 전력에 대해 무감각해하는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부동산 투기야 시류에 민감한 일반인들도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서민들은 먹고 살기 빠듯해 확실하다는 정보가 있어도 실천에 옮기기조차 쉽지 않다. 하물며 투기로 뻥튀기한 부동산을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불법 증여하는 일이란 그저 신문에 오르내리는 일부 사람들의 일로 여길 뿐이다. 그래서 서민들은 그들을 냄새나는 특권층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리라.
#위장전입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한창 일할 나이에 외환위기로 직장에서 쫓겨났던 경험이 있거나, 절반으로 줄어든 봉급에 힘겹게 살아온 서민들에게 자식의 일류대학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이란 생각하기조차 복잡한 일일 뿐이다. 아울러 그들에게 '전관예우'란 '어떤 인간이 대접받는지 모르지만 국어사전에서 빼버리고 싶은 단어'쯤 될 것이다. 돈 있고 백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박근혜 정부의 몇몇 장관 후보자들은 특권층답게, 냄새나는 짓들을 잘도 저질러 온 듯하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지난 5년간 본인 명의 차량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범칙금 또는 과태료를 20여회나 물었다고하니 정말이지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국민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새시대에 걸맞게 공직자가 갖춰야 될 도덕적 가치는 내팽개친 채 냄새나는 특권층들을 장관 후보자로 내정해놓고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병역면제, 부동산투기, 전관예우 등 다양한 전력이나 재산 규모만 보더라도 그 말이 서민들의 가슴에 안기는 느낌은 한낱 공허함 뿐이리라.
#장관 후보자 내정 또는 청와대 비서실 인사에 따른 소통문제 등으로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나가는 새로운 길에 국민 여러분이 힘을 주시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와 국민이 서로를 믿고 신뢰하면서 동반자의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동반자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서로가 소통하고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서민들의 희망사항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서민과 눈높이부터 맞춰야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박근혜 대통령 소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취임사에서 강조한 '새로운 희망의 시대'도 국민과의 눈높이가 맞춰졌을 때 비로소 도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삼대에 걸쳐 국방의 의무를 지키기에 너무 억울해하는 사람들 사이에 '손자놈 군대 안보내기 서명운동'이라도 펼쳐질지 누가 알겠는가. 아니 그보다도 향후 5년 뒤 성공한 대통령으로, 사저로 돌아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프며 이런 국민들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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