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김병문 농협중앙회 충남본부장 '지역민과 함께하는 행복의 길 닦을 것'

[중도초대석] 김병문 농협중앙회 충남본부장 '지역민과 함께하는 행복의 길 닦을 것'

농민은 생산을… 농협은 판매를… 경쟁력있는 농업구조체계로 전환 산지유통기반 조성ㆍ소득증대 최선… 충남도 3농혁신 정책 적극 참여

  • 승인 2013-02-26 14:06
  • 신문게재 2013-02-27 11면
  •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박병주 기자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박병주 기자
●농협수장으로 40년만에 귀향-김병문 농협중앙회 충남본부장

▲사진= 김상구 기자
▲사진= 김상구 기자

올해 초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장으로 취임한 김병문<사진> 본부장은 농협중앙회 27년 근무기간 동안 기획실 18년, 농민신문 편집국장 3년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나오는 입담과 행동은 그동안 대외 활동에서 그가 만나 왔던 사람들과 해왔던 일들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충남지역본부장 취임과 함께 충남지역 농업과 농촌을 위해 하루 24시간이 짧을 정도로 뛰고 있는 김 본부장은 인터뷰 당일에도 충남도가 역점 추진하는 3농 혁신을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는 업무를 추진하려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실무 담당자와 협의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을 만나 어린 시절 소회와 함께 앞으로 충남농협의 발전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편집자 주>



▲시골촌놈에서 충남지역 농촌ㆍ농업 수장이 돼 돌아오다=서천 판교에서 2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난 김 본부장은 오성국민(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서울로 상경했다.

가축과 과일 등의 중간거래상을 하시던 부모님이 어느 날 갑자기 서울로 이사를 가자고 했다고 한다.

“서울에 친척분이 계셨는데 부모님이 그분들을 보면서 시골에 있으면 자식들이 똥지게만 지고 다닐 거라는 걱정을 한 거 같아요. 이왕 공부시키려면 서울에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가족이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됐죠.”

어린 소년은 이사를 가서도 어린 시절 추억을 잊지 못하고 늘 고향을 그리워했다.

“어린시절이지만 내 고향 서천에 대한 기억이 뚜렷하게 납니다. 아직도 아련히 판교장에 대한 기억이 남네요. 장날이면 사람들이 북적거려 제대로 다닐 수 없었는데 지금은….”

농촌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던 소년은 올해 초 충남지역 농협의 수장이 되어 40여년 만에 귀향했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서울로 상경한 소년은 서울 재현중학교와 성북고등학교(현 홍대사대부고), 고려대를 졸업하고 1986년에 농협에 입사했다.

그 후 농협중앙회 기획조정실 대외협력팀장과 천안 성정동지점장, 농민신문사 편집국장, NH농협은행 업무지원부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온순한 성품과 합리적인 인력관리를 통한 인재등용에 탁월하고 사업추진 능력과 정책 방향 설정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오면서 지난달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장으로 취임했다.

▲친구 따라 농협가다=김 본부장의 농협중앙회 입사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듯하다. 대학 졸업 후 고등학교 교사가 되려고 중등교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고등학교 은사님의 적극적인(?) 만류로 진로를 바꾸게 됐다. 교직자를 포기하고 고민 끝에 내린 진로가 은행원이었다. 대학 졸업 전 신탁은행에 합격해 입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의 수장으로 지역의 농업과 농촌을 이끌고 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김 본부장은 당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 졸업 전 신탁은행에 합격해 출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대학 친구가 농협중앙회 직원 공채가 있는데 혼자 시험 보러 가기 싫다며, 사진과 졸업증명서를 달라고 해 대신 원서를 써 접수했다. 친구의 부탁에 함께 시험에 응시했는데 친구는 떨어지고 나만 붙었다.”

그는 뜻하지(?) 않은 농협중앙회 합격으로 신탁은행 입행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당시 또 다른 친구 아버지가 농협에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에 직접 찾아가 조언도 듣고, 입사 전 사전파악을 위해 창구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죠.”

고민을 거듭하던 중 아버지의 결정적인 한마디에 농협을 선택했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고향(서천)을 위해 뭔가를 보람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농협이 아니겠냐'는 말에 농협에 취업하면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입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이로써 김 본부장은 1986년 농협에 입사해 경기도 광주군 지부에 첫 발령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군 시절 합리적 문화, 의식구조 배워=1979년 군에 입대한 김 본부장은 논산훈련소를 거쳐 2사단의 카투사에서 33개월의 군 복무를 했다. 당시 미국인들은 한국인을 보면 비하하고 한 수 아래로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한다.

“당시 미국인들은 백인, 흑인, 한국인 등의 순으로 생각하고 있어 인종차별이 심했지만, 업무시스템 등에 대해 합리적인 문화를 배웠습니다. 얼차려 등이 없어 오합지졸이었지만, 주의와 진술서, 심하면 계급 강등 등으로 조직을 이끄는 것을 보았습니다. 업무시스템이 합리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정이나 모든 것들이 군사문화에서 시작됐다고 하잖아요. 미국 군대도 체계화가 잘됐어요. 그 당시 행정처리도 합리적이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군에서 생활하면서 하기 어려운 경험을 했던 거 같아요.”





▲나만의 철학 '정신불도 하사불성'=“고등학교시절부터 군 제대할 때까지 일기를 계속 써왔습니다. 고등학교 때 일기를 보면 '정신불도 하사불성'이란 글귀가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정신을 한곳에 집중하면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직원들에게도 무슨 일을 맡든지 최선을 다해 직장 내 최고가 되고 프로가 되라는 말을 합니다. 주어진 기간에 최선을 다해야 최고가 되고 인정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사업구조개편 1년, 우려 불식시키겠다=“지난해 3월 2일 농협은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의 분리와 함께 전면 개혁에 나섰습니다. 이는 큰 변화 속에서 시행착오와 함께 새로운 미래 100년을 위한 재도약의 발판을 구축하기 위한 분주한 시간이었죠. 몇몇 분들은 사업분리 후 농촌 지원과 조합 배당에 대해 변했다고 하는데, 변화된 건 없습니다. 중앙회는 1인 주주입니다. 법인들이 수익을 내게 되면 조합에 배당하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도사업에 대한 우려스러운 말들도 있는데 농협중앙회의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법인들은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있어, 이를 통해 수익으로 지도ㆍ지원 사업은 계속 수행될 것입니다. 또한, 구조개편과 함께 우수한 인력이 금융쪽으로 몰리긴 했지만, 사업구조 개편 초창기 문제입니다. 경제와 지도사업도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사업구조 개편 후 전문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걱정도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채용도 분리돼 신입직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알고 입사해 오히려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 지원함으로써 지역과 유대관계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충남농협의 지난해 주요성과=지난해 봄철 가뭄으로 시작해 태풍까지 이어져 충남지역에 자연재해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컸다. 피해복구 현장에 연인원 3만7000여명의 참여와 피해농가를 돕기 위한 자발적인 성금 모금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지역사회ㆍ지역민들과 함께하고 농협임직원들은 '나눔 실천'을 통해 농협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충남대학병원과의 MOU체결을 통해 의료혜택을 요구하는 지역을 찾아 4개월에 걸쳐 2000여명의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건강을 돌봐 드리고 효도사진 촬영과 건강상식 등을 전해 드리는 뜻 깊은 시간도 보냈다.

“무엇보다도 산지유통기반 조성을 위한 판매농협 구현을 위해 지역별 농산물 특성화 추진과 충남도와 공동으로 청풍명월 골드를 출시해 전국 2000여개의 쌀 브랜드와 맞서 전국최고 미(米)가 되도록 노력하는 등 농가소득 증대와 충남 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계속 노력해 왔습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농협의 사업구조 개편 목적은 무엇보다 농협 본연의 업무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농산물시장 개방에 따른 농업의 경쟁력 악화와 사회문제화되는 농촌사회의 고령화, 가중되는 농업경영비 부담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업인들에게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무엇보다도 농산물을 가장 잘 팔아주는 충남농협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쏟을 것입니다. 농민은 생산에만 전념하고, 가공과 판매는 농협이 맡아 경쟁력 있는 농업구조를 갖추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그는 이어 “산지유통과 마케팅 역량을 강화해 진정한 판매농협을 구현하고 농가소득 증대와 삶의 질 향상을 통한 농업인 실익과 농업인과 함께 충남농협이 행복해지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선진 충남농업을 위해서는 충남도와의 유기적인 협조체계 구축=농협 충남지역본부는 충남도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농업정책인 '3농혁신'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농업정책의 동반자로서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농정파트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역본부 팀장을 충남도청에 파견해 농업정책의 정확한 이해와 추진을 도모하고 지자체와의 협력은 산지유통기반 조성뿐만 아니라 선진영농보급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장중심의 유통정책을 기반으로 충남농협이 목표로 하는 판매사업 3조7000억원 달성과 규모화된 공선출하 조직을 59개소로 확대하고 시장지배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선배들 닦아놓은 공 훼손하지 않도록 최선=“1987년 충남지역의 오지라 할 수 있는 청양, 정산, 은산, 판교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습니다. 그때 조합들을 보면서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 당시에는 복지ㆍ환원사업은 상상도 못했었거든요. 조합들의 성장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했기 때문에 이제는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농협의 모델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이를 위해 조합장들과 자주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루어지고 추구하는 바를 관찰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병문 본부장은 직원들에게도 어떤 일을 준비하든지 간에 일을 담당하는 사람과 충분히 협의해 기획하라고 지시한다. 탁상업무보다는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 시군지부의 담당자들과 충분한 의견을 나눈 후 이를 반영한다면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현장에 다니면서 조합장들의 고충을 듣는다면 그동안 선배님들이 해왔던 것만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활짝 웃어 보인 김 본부장은 “충남지역의 농업ㆍ농촌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박병주 기자ㆍ사진=김상구 기자

김병문 본부장은 누구

▲1958년 서천 판교 출생 ▲가족:부인과 2남 ▲주량:소주 1병 ▲즐겨하는 운동:등산, 골프 ▲학력:서울 재현중, 성북고(현 홍익사대부고),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경력:1986년 농협에 입사, 경기 광주군지부, 충남 천원군지부 과장, 농협중앙회 종합조정실 과장, 축산유통부 팀장, 기획조정실 대외협력팀장, 아산시 부지부장, 천안 성정동 지점장, 농민신문사 편집국장, NH농협은행 업무지원부장,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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