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 각종 비밀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청와대 '중화학공업 추진위원회 실무기획단'은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필요성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 1977년 12월에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실무기획단의 첫번째 보고서인 '계획의 기조'에는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배경과 이념, 목표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이 보고서가 일반 언론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배경으로 ▲국토분단의 장기화 ▲북한의 무력적화통일 기도 등 상존한 현실 ▲서울의 민족정신문화순화 저해 요인 ▲서울의 방위전략상 취약점 및 국가안전보장 개념상 불리한 점 ▲서울의 과밀에 따른 도시기능의 한계성과 국토균형발전의 저해 ▲국가경제능력의 향상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신도시 건설 여력 축적 등을 들었다.
행정수도 건설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기본이념도 제시하고 있다. 기본이념에는 ▲민족의 안전한 생존을 위한 새터전 구축 ▲민족의 영원한 번영을 위한 새질서의 형성 ▲민족의 고유한 '자아의 재발견'창달을 위한 새기축의 마련 등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행정수도 건설의 목표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실무기획단은 행정수도 건설의 목표로 ▲항구적 국가발전의 생성지 ▲새로운 전통과 문화창조의 터전 ▲새 시대의 가장 훌륭한 도시상 구현 등을 들었다.
행정수도 이전 계획의 기본 방향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행정수도의 위치는 국토공간상 지역적 중립성과 접근균등성이 있는 곳, 행정수도의 기능은 국가중추 통치 행정기능(입법 사법부도 배려)과 외교 및 국제활동이 가능한 곳, 도시시설은 미래과학기술의 진보향상을 수용하기 위하여 신축성 부여가 가능한 곳 등으로 기술돼 있다.
또 보고서는 호주의 캔버라, 브라질의 브라질리아 등 외국의 신수도 건설사례 등도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의 실무기획단 보고서를 접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1978년 행정수도 위치선정팀과 도시설계팀을 만들 것을 지시, 치밀한 세부 계획들을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위치선정팀은 충청권의 10개 후보군을 검토한 결과 천안ㆍ논산ㆍ대평 지구를 선정했고, 최종적으로 공주인근 장기 지구를 이전지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되던 '수도이전 백지계획'은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의 피살로 추동력을 잃었다.
이같은 박정희 대통령의 '수도이전 백지계획'은 수십년 시공간을 넘어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행정수도 건설계획'과 궤를 거의 같이하고 있다.
이날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보고서의 발견으로 '아버지의 유산'처럼 남겨진 세종시의 발전 전략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
서울=김대중 기자 dj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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