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의 이런 역사는 1만5000년 전 그려진 프랑스 레슬링 동굴벽화와 이집트 베니핫산묘에 있는 약 400개의 레슬링자세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레슬링은 또 스포츠 선진국의 강세 속에 열악한 국가가 장려하는 1순위 스포츠다. 고가의 장비나 투자가 필요 없이, 자신이 흘린 땀 만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직한 종목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레슬링은 올림픽에서만 금메달과 은메달 각각 11개, 동메달 13개 등 35개의 메달을 따내 세계적으로 메달집계 순위가 10번째에 랭크돼 있다. 우리나라로 볼 때는 양궁과 유도에 이어 3번째 많은 메달을 따낸 효자종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그런 레슬링을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2020년 대회부터 채택할 핵심종목에서 제외시켰다.
퇴출보고서는 “실력이 평준화돼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반복해 재미없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사유를 들었다.
레슬링계는 IOC의 이 발표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퇴출보고서 사유처럼 재미가 없고 돈이 안 되는 종목이라면 아마추어의 모든 종목이 퇴출 대상일 수 있는 만큼 퇴출 기준에 심각한 공정성, 신뢰도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다.
정확한 시청률과 관객 수, 연맹가입국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내놓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뒤에 퇴출 여부를 따지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러시아, 미국, 터키, 일본, 아랍 등 레슬링 강국에 올림픽 IOC위원이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림픽의 정통성을 가진 종목인 레슬링의 존치 여부를 결정할 때는 레슬링 비강국은 물론, 강국의 목소리도 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레슬링 선수들은 IOC의 퇴출 발표에 힘을 잃고 있다. 아무리 땀을 흘려 훈련해도 자칫 설 자리조차 없어질 것이라는 불안감과 자괴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은 현장에서 “그래도 꿈과 희망을 잃지 말고 훈련에 매진하고, 또 매진하라”고 다독이고 있지만,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진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IOC는 오는 9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질 총회에서 안건으로 부쳐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역 레슬링계 한 관계자는 “레슬링 퇴출은 올림픽의 전통과 역사를 지워버리는 행위”라면서 “현실적으로 세계연맹을 중심으로 한 레슬링계는 보다 재미와 흥미를 가지면서 형평성 있는 경기가 이뤄지도록 자정 노력을 하고, IOC는 이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해줘 레슬링을 살려내야 한다”고 했다.
최두선·체육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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