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자2] 김승우 KAIST 교수- 세상에 없는 '새 측정자'를 만든다

[국가과학자2] 김승우 KAIST 교수- 세상에 없는 '새 측정자'를 만든다

기술이전 꺼리는 선진국 보며 극초정밀 광학계측 연구 몰두 '펨토초 레이저' 기술 선두주자, 나로호에 세계 최초로 실어올려

  • 승인 2013-02-25 14:12
  • 신문게재 2013-02-26 13면
  • 권은남 기자권은남 기자
[미지의 개척자 국가과학자] 2. 김승우 KAIST 교수

지난달 30일 나로호에 실린 나로과학위성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펨토초 레이저 발진기가 실렸다.

1초 동안 1000조 번 진동하는 레이저 광선을 만들어는 내는 펨토초레이저 발진기는 수백㎞의 거리에서 1나노미터(㎚, 1㎚=10억분의 1m)의 차이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미래우주핵심기술이다.

공학분야 처음으로 국가과학자에 선정된 KAIST 김승우(58) 교수는 초정밀 광계측 분야 선두주자다.

펨토초 레이저 발진기는 '편대위성군 운용'의 핵심기술. 편대 위성군 운용은 우주로 올라간 소형 인공위성 여러 대가 펨토초레이저 신호를 주고받으며 위성간 거리를 측정, 마치 대형 인공위성 한 대처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우주에서 소형 망원경을 여러 대를 묶어 대형 망원경을 구축할 수도 있다. 또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찾기 위한 편대위성군 운용 및 위성 또는 행성 간의 거리측정을 통한 상대성 이론 검증과 같은 미래우주기술개발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빛을 이용해 눈으로는 분간할 수 없는 나노영역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측정자(Ruler)를 통해 초정밀 계측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김 교수의 연구성과는 우주원천기술 이외도 산업체에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와 디스플레이 패널의 크기는 점점 커지는 반면 이에 들어가는 부품의 크기와 도선의 굵기는 수십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아지고 있다.

미세한 부품을 정확한 위치에 고정하고 가공하려면 미세한 형상과 움직임을 측정하는 기술이 필요하고, 이러한 초정밀 측정은 '빛'을 이용해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뜨고 있다면 이들 산업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초정밀 광계측기술이다.

6ㆍ25전쟁으로 피폐해진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 등 국가발전을 위한 길은 과학기술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김 교수는 서울대 기계설계학 전공했으며, 영국 크랜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마치고 1985년 KAIST 교수로 부임한 그는 초정밀 계측기술을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을 꺼리는 선진국을 모습을 보면서 광계측분야 연구에 몰두했다. 과학자로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고 지금도 이같은 생각에도 변함이 없다.

1997년에는 국내 최초로 측정 정밀도 0.1nm를 자랑하는 광학식 미세형상 측정기, 1998년에는 세계 최초로 이중파장 '모아레(Moire)를 이용한 광학식 3차원 형상 측정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어 2001년에는 납형상 삼차원 측정기, 2003년에는 반도체 최종 외관 검사기 등을 개발한 뒤 국내 기업을 통해 상용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연구는 국내 측정기 산업과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산업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됐다.

'백색광 주사간섭법을 이용한 3차원 두께형상 측정기술'도 이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 중의 하나로 이 기술은 2003년 40년 역사를 지닌 미국의 첨단광학측정시스템 및 부품 전문업체인 미국의 자이고에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세계적으로도 초정밀 광계측 분야에서 인정을 받았다.

2008년에는 의ㆍ생명공학용 현미경이나 나노과학에 필요한 리소그래피 등에 쓰이는 극자외선(EUV)랩톱컴퓨터 크기의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주목을 받았다.

'낳고도 소유하지 않고(生而不有), 위하고도 자랑하지 않으며(爲而恃), 으뜸이면서도 지배하지 않는다(長而宰)'라는 글귀를 매일 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는 김 교수는 노자가 말한 '깊은 덕(玄德)'을 추구하고 있다.

김교수는 “젊은 후배과학자들이 잘하는 것을 존중해주고 잘하는 것을 북돋워줘야, 젊은 과학자들이 하고 싶은 연구에 몰입, 새로운 분야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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