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자2] 김광수 포스텍 교수- 상식에 도전하는 '나노융복합 연구'

[국가과학자2] 김광수 포스텍 교수- 상식에 도전하는 '나노융복합 연구'

'쌀 만드는 공장' 고민했던 소년, 물리이론 뒤집은 나노렌즈 개발 사람 유전자 1시간내 분석, '포스트 게놈시대' 한발 앞당겨

  • 승인 2013-02-25 14:12
  • 신문게재 2013-02-26 13면
  • 권은남 기자권은남 기자
[미지의 개척자 국가과학자] 2. 김광수 포스텍 교수

'쌀을 공장에서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던 소년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사막에서 물을 쉽게 얻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다. 다소 엉뚱한 생각을 했던 소년은 지금도 누구나 불가능할 것이라는 상식에 도전하는 연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상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현상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이 연구의 기쁨'이라는 국가과학자 김광수(63) 포스텍 교수.

김 교수는 2009년 이론적 극한치(광학적 회절 한계)를 뛰어넘어 빛의 반파장보다 작은 물체를 볼 수 있는 나노렌즈를 개발, 세계 물리학계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김 교수의 나노렌즈는 220~250㎚(1㎚=10억분의 1m) 간격의 줄을 구분할 수 있어, 1873년 독일의 물리학자 에른스트 아베가 정립한 가시광선 파장이 400~700㎚인 점을 감안하며 400㎚보다 작은 물체를 분간할 수 없다는 이론을 뒤집은 것이다. 김 교수의 연구로 인해 물리학 교과서 내용이 바뀌었다.

나노융합분야 연구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고 있는 김 교수는 2010년에는 물에 녹아 있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이자 환경독소인 비소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기술로 또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비소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연구성과는 비소 중독 때문인 사망자가 자주 발생하는 제3세계 국가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또 2011년에는 30억 쌍에 달하는 사람의 유전자를 1시간 내 해독할 수 있는 새로운 DNA 염기서열 분석법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최소 1~2주 걸리던 것을 컴퓨터 실험을 통해 1시간 내 인간유전자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 교수의 연구는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이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이고 여러 난치병이나 희소병 치료에도 필수적인 분야로, 생명과학에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유전정보에 따른 인간의 성격, 본능, 재능 등 다양한 생명 정보를 분석할 수 있어 인류의 미래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줄 포스트 게놈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성과다. 김 교수의 연구분야는 나노를 기반으로 물리, 화학, 생명공학 등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세계적인 융복합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한 곳에 안주하지 않았던 학구열이 바탕이 됐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로 인해 초등학교를 10여 군데 다녀야 했고, 전공도 다양하다.

한국전쟁 이후 어려웠던 시절 동급생에 비해 다소 허약했던 그는 책을 읽거나 동생들과 함께 엉뚱한(?) 연구를 하는 등 당시 힘들었던 환경을 바꾸고 싶었다. '쌀을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면 안 될까?'라는 생각도 그때 했으며, 아직도 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 화학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고 물리가 재미있어서 원자력까지 공부해 물리로 또다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버클리대학에서는 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대학에서 강의할 때는 수학, 전자공학, 물리 등을 강의하기도 했다. 물리학에서 새롭게 하고 있는 것을 화학에서도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한다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등 다양한 시각으로 연구에 접근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적 저널을 통해 29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논문 피인용 횟수 1만 8000여 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갖고 있고 현재 8종에 이르는 세계적 학술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분자과학 분야의 명예의 전당으로 일컬어지는 국제양자분자과학원(IAQMS)의 회원으로 선임되는 등 전 세계에 한국 나노과학의 위상을 알리는 데 공헌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도록 1등을 한 번도 못했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남이 이미 해 놓은 것을 잘 습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는 세상에 모르는 것 중에서 중요한 하나를 찾아 답을 구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정보가 거의 없고, 자기가 정보를 채워 넣는 것이다”이라며 연구자의 창의성을 강조했다.

권은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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