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ㆍ형 잔인하게 살해한 패륜아 징역 25년

대전지법 올해 첫 국민참여재판… 위치추적장치 20년 부착도 '정신질환 참작' 형량결정

올해 처음으로 열린 대전지법 국민참여재판에서 아버지와 형을 살해한 40대에게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안병욱 부장판사)는 정신질환을 앓는 서모(42)씨를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징역 25년, 치료감호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20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유죄를 결정했지만, 심신미약도 인정했다. 이를 근거로 배심원 중 2명은 무기징역, 1명은 징역 37년, 3명은 징역 20년, 1명은 징역 10년의 양형 의견을 제시했고, 재판부도 배심원 다수의 양형 의견을 존중해 위와 같은 선고를 내렸다.

사연은 이렇다.

서씨는 편집성 정신분열증 등으로 여러 차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정신질환을 앓아왔다. 2011년 정신과의원에서 퇴원한 후 평소 아버지(81)와 큰 형(56)이 기관총과 권총, 소총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고, 자신도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일이 터졌다.

2012년 8월 서씨는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부모가 관리하는 서씨 명의의 예금통장을 몰래 가져갔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꾸중을 들었다. 꾸중은 아버지와의 싸움으로 이어졌고, 이를 계기로 과거에 아버지와 큰 형이 벌여온 살인 행각에 대한 원한이 되살아났다.

아버지와 형이 언젠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자, 서씨는 아버지와 형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문방구에서 흉기를 샀다. 이 흉기로 큰 형의 목을 여러 차례 베고, 이 과정에서 흉기가 부러지자 주머니에 있던 또 다른 흉기로 형의 목을 계속 찔러 바닥에 쓰러뜨렸다. 이를 말리던 아버지에게도 3가지의 흉기를 수차례 휘둘러 사망하게 했다.

재판부는 “여러 개의 칼을 이용해 무참히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반사회적이고 패륜적인 범행으로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오랜 기간 피해망상에 시달려 왔고 이 사건 범행도 정신분열증이 주된 원인이라는 점 등을 참작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