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예술 최영근 작가 '온 우주를 돌고돌아… 현묘의 경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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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예술 최영근 작가 '온 우주를 돌고돌아… 현묘의 경계로'

'현묘지예-우주적 질서와 조형미' 내달 31일까지 시립미술관 창조적 생성의 모태는 '빛' 태초의 뿌리찾는 고뇌의 흔적

  • 승인 2013-02-21 14:15
  • 신문게재 2013-02-22 1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신의 지문
▲신의 지문
한국의 대표적인 칠예술(漆藝術)작가로서 한 길을 걸어온 최영근 작가의 전시가 다음 달 31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 3ㆍ4 전시실에서 열린다.

최 작가는 한국전통의 칠예술을 지키며 현대적 감성으로 새로움을 찾는 고된 작업을 해왔으며, 한평생 교육에도 힘써온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 분야의 다양하고 현란한 기법들이 많지만, 이와는 달리 옻칠 위에 한 점 한 점 박힌 자개와 난각(殼), 금박, 은박, 그리고 색편(色片)들은 엄청남 노력에 의한 시간의 축적이며 고뇌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가 선택한 재료들은 우주를 품은 검은 현(玄)을 기조로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심포니를 연주하는 것과도 같다. 이 울림들은 빛과 시간의 교향곡이며, 천지창조와 탄생의 교향곡으로 알려져있다. 바로 그것은 현(玄) 위에 피어난 빛의 꽃인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 작가의 작품은 한마디로 '현묘(玄妙)의 예술'이라 불린다. 현묘는 이치나 기예의 경지가 헤아릴 수 없이 그윽하고 미묘함을 뜻한다. 그의 작품을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그의 작품 하나하나가 많은 시간과 노동의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든 결과로 기예와 품위가 넘치기 때문이다.

▲태초의 에너지-삼라만상
▲태초의 에너지-삼라만상
그의 작품들의 기조를 이루는 검은색은 단순한 검은 빛깔이 아니다. '흑(黑:까만)'이나 '암(暗:어둠)'과는 다른 것이며, 이 색조는 작가가 의도하는 검은 빛, 즉 현(玄)이며 창조적 생성의 모태가 되는 빛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우주와 창조에 대한 주제가 많다.

우주적 깊이를 느끼게 하는 그윽한 현(玄)의 공간은 신비함을 보여준다.

옻칠로 뒤덮인 검은 현(玄)이 주는 깊이 감은 우주공간을 연상시키고 인간의 심원한 정신적 공간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그의 작품은 주로 빛, 에너지, 탄생, 바람, 대지, 별 등을 주제로 삼은 것은 천지창조의 장엄한 세계와 그 원형적 질서를 찾고자 하는 태초의 생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물II-새아침
▲정물II-새아침
이 주제들은 우리 삶에 대한 어떤 믿음이거나 혼재 속의 질서를 통해 절대적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암묵적인 검음의 바탕은 난각이나 자개, 색편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으로 하늘을 향해 펼쳐져 있다.

무한의 현묘함으로 하나하나 빚어낸 이 시대예술의 본질적인 모습을 보고 있다.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으로 한정돼 바라보아왔던 전통 칠공예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 이번 최 작가의 칠을 통해 보다 현대적이고 다채로운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의 이치와 예술적 향기가 그윽하게 넘치는 '현묘지예(玄妙之藝)'가 되어 영원히 우리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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