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구 KAIST 기획처장 |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 곳에는 돌과, 바다, 사람밖에 없었다. 자원도 없고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이 작은 나라가 왜 콩고보다 잘 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콩고는 한국보다 10배나 크고 지하자원도 풍부하며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는 달리 물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못살까?” 그는 아들 대신 자신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한다. “한국이 가진 것 중에 콩고에 없는 것이 학교다. 한국에는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조차 학교가 있는데 우리는 도시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배움에 대한 절박함이 묻어나는 토나 씨의 탄식에 우리는 문득 숙연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 것은 불과 50여 년 전 우리가 미국이나 서유럽의 국가 등 선진국을 보면서 처연해지던 그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풍족해지고 수월해진 요즈음 시대에 태어난 세대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전쟁을 겪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경제를 일으켜 세우면서 힘들게 살았던 기성세대들은 토나 씨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린다.
그러나 토나 씨가 감동받았던 한국의 교육이 실상 바람직하게 발전되고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들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학원에서 학원을 돌며 대학입시 당락을 결정짓는 특정 과목에만 매달리고,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아닌 정답만 찾는 사지선다형 공부에 내몰리고, 창의성을 상실한 암기위주 학습에만 몰두할 때 토나 씨가 부러워하는 교육은 이 땅에 없는 셈이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교육환경에 따라 아이들도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발표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들은 장래희망 1순위로 교사를 꼽았다고 한다. 연예인, 의사, 요리사가 그 뒤를 이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거나 부와 명성을 단번에 가져올 수 있는 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20~30년 전만해도 대다수 초등학생들의 꿈이 과학자였던 것과는 아주 상반된 결과다. 이공계 대학들은 신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장학금을 포함한 각종 혜택 프로그램을 내놓고 공격적으로 입학 홍보를 하지만 해마다 신입생 등록률은 떨어지고 있다.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성과가 세계 3대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셀(Cell)에 게재되는 횟수가 1997년 2건에서 2006년에는 18건으로 10년 사이 9배나 증가했고,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의 척도로 활용되고 있는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급 논문 발표 횟수도 세계 10위권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는데도 왜 어린 아이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걸까. 과학기술 발전의 토대 위에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위상을 세웠던 우리 기성세대들은 이 질문에 좀더 명확한 답변을 찾아야 한다.
이제 다음 주면 우리나라는 제18대 대통령을 맞이한다. 새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수학한 이공계열 출신이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과 더불어 그 동안 과학기술계를 관할해오던 정부 부처도 자율권이 강화된 전담기구로 재편된다. 혁신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미래창조과학부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아울러 초등학생이 다시 과학자의 꿈을 꿀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과학교육 및 대중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더 많이 개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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