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하인리히 마르크스(1818~883)는 『자본론』(1867)을 저술하여 1917년 러시아 혁명과 사회주의 경제체제 성립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미국의 노동경제학자인 슐츠(1902~1998)는 인간자본이론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197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사람들의 기술과 지식획득을 신중한 투자의 일부로 보아 이를 자본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경제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원칙과 신뢰와 사회통합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자본 형성을 주요 정책 과제로 들고 나오면서 사회적 자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무형의 자본으로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역량으로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사회적 거래를 촉진시키는 일체의 신뢰, 소통, 규범, 네트워크 등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특히 사회적 자본의 개념을 정립한 후쿠야마는 최근 사회적 자본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초석이 되고 있어, 글로벌 정치지도자들의 주요 관심 분야가 되고 있다고 주장해 정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2012년 12월 5일 발표한 2012년 부패인식지수국가별 순위를 보면, 한국은 2011년 43위에서 2012년에는 45위로 밀려났다. 그런데 한국의 경쟁대상국인 싱가포르는 5위, 홍콩은 14위, 일본은 17위, 대만은 37위를 차지해 한국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30년간 압축성장 과정에서 일부 지도층의 부정부패로 인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현상이 확산되고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면서 한국은 저신뢰 사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월 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이 선진국을 향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사회적인 자본을 쌓는 것이고, 사회적 자본은 결국 신뢰”라고 말했다. 후쿠야마도 자신의 저서인 『트러스트-사회도덕과 번영의 창조』(1995)에서 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대표적인 사회적 자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세계은행이 2007년 내놓은 '국부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보고서에서 한 나라의 부는 법질서와 신뢰, 지식경쟁력 등 사회적 자본에서 나온다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국부의 81%를 사회적 자본으로 만들어냈지만, 후진국으로 갈수록 그 비중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런데 후쿠야마가 한국을 '저신뢰 사회'로 지목함으로써,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믿음을 갖고 배려와 협력을 하며 일상생활을 한다면, 사회적 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이 감소하고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신뢰는 사회 발전의 기반이 된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 문화, 금융 등이 모두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사회 도래, 자원 고갈, 글로벌 경기침체로 야기된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웃간의 정, 정보교환, 협동, 상호부조 등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미래사회에서는 물질적 인프라 보다는 정신적 인프라, 즉 신뢰와 법질서 등이 더욱 더 필요하다.
그런데 염홍철 대전시장이 지난 1월 10일 '사회적 자본 확충 정책 비전과 계획'을 발표하고, 대전시의회가 전국 최초로 '대전시 사회적 자본 확충 조례안'을 제정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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