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 |
요즘 장안의 화제인 영화 '7번방의 선물'이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8위로 올라서며 관객 10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더구나 '7번방의 선물'은 대전시와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영화 촬영 장소의 70%가 대전에서 이뤄져 더 반가운 마음이다. 이 영화는 유성구 도룡동에 위치한 대전영화촬영스튜디오를 비롯해 대덕구 보훈병원, 서구 월평동, 중구 대흥동 등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영화를 본 시민들은 서구 매그놀리아빌딩 등 일부 촬영 장소를 찾고 있고, 덩달아 주변 커피숍 등에도 손님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있는 '7번방의 선물'은 충무로의 '흥행킹' 류승룡이 주연을 맡은 6살 지능의 정신지체 장애인 아버지 용구와 깜찍한 외모의 갈소원이 딸 예승이로 분해 가슴 절절한 감동을 전해주는 영화다.
지난 주말 딸아이와 함께 '7번방의 선물'을 보면서 강부자 주연의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을'이 생각났다. 두 작품 모두 최루성이라서 웬만한 강심장의 아저씨들일지라도 다 눈물을 쏟게 돼 있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강인한 만주 무사 역할에서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느끼한 섹시남으로 변신한 류승룡이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허균으로 분해 무게를 잡아주더니 이번에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벗어 던지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딸바보 '용구'가 되어 바가지 머리를 하고, 오로지 딸 예승이만 생각하는 6살 지능의 정신지체장애인 이용구로 변신했다.
한국의 '다코타 패닝'으로 불리는 갈소원이 바보 아빠 류승룡의 귀엽고 예쁘고 똑똑한 딸 예승이 역을 맡아 아빠와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가 한폭의 동화처럼 순수하고 아름답다.
이 영화를 만든 이환경 감독은 “어떨 땐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갇혀있는 교도소보다 더 힘들고 외롭고 고립될 수 있다는 느낌과, 비슷한 죄를 짓고 7번방에 모인 사람들이 오히려 바깥보다는 이곳을 더 따뜻하게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영화 시나리오를 쓰게 된 배경을 말하고 있다.
“이용구, 1961년 1월 18일 태어났어요! 제왕절개, 엄마 아팠어! 내 머리 커서!”
순수 영혼의 소유자 '용구'가 7번방에 들어와 고참 수인자들에게 신고식 자리에서 하는 말이다. 투명한 흰도화지같은 용구를 보며 관객들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환경 감독이 기획에서부터 약 3년간의 작업 시간 동안 '용구'와 '예승' 부녀의 남다른 사랑에 대해 공감하고, 울고 웃으며 즐겁게 시나리오 작업을 끝낸끝에 탄생한 '7번방의 선물'은 모처럼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동과 훈훈함으로 다가왔다.
'7번방의 선물'은 어른으로 성장한 예승이가 변호사가 되어 모의법정에 서서 바보 아빠에게 보내는 사후적 애도와 힐링의 영화다. 혹자는 정이 그립고 울고 싶은 한국인에게 이 영화가 단비같은 눈물을 선사했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인 따뜻한 가족애를 일깨워준 이 영화가 관객들의 감성을 파고드는 것은 그만큼 춥고 고달프고 힘들게 살고 있는 관객들이 눈물과 사랑, 따뜻한 가족의 품을 간절히 찾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 영화는 부녀지간의 애틋한 사랑 이면에 사회적 약자인 지적 장애인을 향한 우리 사회의 정신적 폭력과 차별의 실상도 고발하고 있다. 딸을 사랑하는 지적장애 아버지가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어야 하는 상황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허탈함과 억울한 삶이 공분을 불러 일으킨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 스스로 살인자를 자처한 용구가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수감된 방인 7번방에서 예승과 서로 절을 하며 나눴던 작별 인사가 가슴에 사무친다.
이 세상의 모든 아빠와 딸들에게 이 말을 바친다. “아빠,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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