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숙]입춘대길, 그리고 기후변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서애숙]입춘대길, 그리고 기후변화

[중도마당]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승인 2013-02-18 14:52
  • 신문게재 2013-02-19 20면
▲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기상의 변화는 우리 생활에 아주 밀접한 부분을 차지한다. 기상 변화는 짧은 시간에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것도 있지만, 매년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계절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우리 생활은 이러한 계절변화에 따라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달해 왔으며 옛 선인들도 그것을 알고 계절의 변화에 맞춰 적응하고 발전해 왔다.

1년이 대략 365일인 것을 알고 여기에 맞춰 역서를 만들어 생활규준으로 처음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7000여년전이다. 이집트 나일강 상류에 내리는 비의 양이 365일을 주기로 규칙적으로 변화하고, 그것이 농업에 큰 영향을 주는 것에 착안하여 1년을 365일로 하는 달력이 생겼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달의 운행을 근거로 한 태음력을 사용했다. 이 태음력은 월, 일이 반드시 태양의 움직임과 일치하지 않고, 농업의 계획 등과 잘 맞지 않는다 해 이것을 기원전 300년경 1년을 24절기로 나눠 그 절기에 보이는 자연계의 현상에 대한 명칭을 부여해 농사를 짓기 위한 순서 등의 표준으로 삼았다 한다.

24절기는 입춘에서 시작해 대한까지 1년을 약 15~16일 간격으로 나누기 때문에 24절기의 시작인 입춘은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반가운 절기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입춘이 되면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같은 글 입춘첩을 집 대문에 붙이며 새해의 소망과 길운을 빌며 각오를 다지는 세시풍속이 발달했다.

근래 들어 입춘첩의 모습을 주변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워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 입춘은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려 입춘대길이 아니라 입춘대설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

우리 충청지역도 서해안을 중심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눈이 내려 출근길 교통 혼잡은 있었다. 큰 피해는 나지 않아 내심 다행으로 여긴다.

이처럼 입춘에 많은 눈이 내린 것을 두고 혹자는 최근 사회적 관심사인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와 관련지어 “기후가 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과거의 기상자료를 살펴보니 양의 많고 적음의 차이만 있을 뿐 작년 입춘에도 눈이 내렸고, 그 이전에도 눈이 내린 해가 생각 외로 많이 있어 기후변화로 관련짓기는 어려울 듯하다.

얼마전 인터넷을 통해 아프리카의 한 부족이 자기들만의 전통적인 달력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데, 그 달력에 따르면 어느 시기가 되면 비가 많이 오고 그 후 며칠이 지나면 파종을 해야 한다는 등 그 시기가 정확하게 맞아 농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달력이 맞지 않아 파종시기를 놓치는 등 당장 식량고갈위기까지 내몰렸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러한 것이 기후변화의 영향은 아닐까 하고 기후학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원인이 곧 밝혀지겠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 우리 지방은 어떨까하고 반문해 보게 된다.

우리 지방의 산업구조를 보면 세종특별자치시 및 내포신도시 건설, 그리고 천안·아산 등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등 굵직한 현안들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이 예전의 농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겨울철 농한기에 농사일을 손 놓고 있기보다는 시설재배, 농가 부업 등 전체적인 맥락의 사회변화가 많다.

시대가 변하고 생활습관이 변하면서 농업중심의 사회에서 산업중심의 사회에 맞는 24절기의 재해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옛날에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어 24절기와 같은 표준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 이름만 남아있고 그 절기가 의미하는 뜻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