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1년이 대략 365일인 것을 알고 여기에 맞춰 역서를 만들어 생활규준으로 처음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7000여년전이다. 이집트 나일강 상류에 내리는 비의 양이 365일을 주기로 규칙적으로 변화하고, 그것이 농업에 큰 영향을 주는 것에 착안하여 1년을 365일로 하는 달력이 생겼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달의 운행을 근거로 한 태음력을 사용했다. 이 태음력은 월, 일이 반드시 태양의 움직임과 일치하지 않고, 농업의 계획 등과 잘 맞지 않는다 해 이것을 기원전 300년경 1년을 24절기로 나눠 그 절기에 보이는 자연계의 현상에 대한 명칭을 부여해 농사를 짓기 위한 순서 등의 표준으로 삼았다 한다.
24절기는 입춘에서 시작해 대한까지 1년을 약 15~16일 간격으로 나누기 때문에 24절기의 시작인 입춘은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반가운 절기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입춘이 되면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같은 글 입춘첩을 집 대문에 붙이며 새해의 소망과 길운을 빌며 각오를 다지는 세시풍속이 발달했다.
근래 들어 입춘첩의 모습을 주변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워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 입춘은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려 입춘대길이 아니라 입춘대설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
우리 충청지역도 서해안을 중심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눈이 내려 출근길 교통 혼잡은 있었다. 큰 피해는 나지 않아 내심 다행으로 여긴다.
이처럼 입춘에 많은 눈이 내린 것을 두고 혹자는 최근 사회적 관심사인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와 관련지어 “기후가 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과거의 기상자료를 살펴보니 양의 많고 적음의 차이만 있을 뿐 작년 입춘에도 눈이 내렸고, 그 이전에도 눈이 내린 해가 생각 외로 많이 있어 기후변화로 관련짓기는 어려울 듯하다.
얼마전 인터넷을 통해 아프리카의 한 부족이 자기들만의 전통적인 달력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데, 그 달력에 따르면 어느 시기가 되면 비가 많이 오고 그 후 며칠이 지나면 파종을 해야 한다는 등 그 시기가 정확하게 맞아 농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달력이 맞지 않아 파종시기를 놓치는 등 당장 식량고갈위기까지 내몰렸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러한 것이 기후변화의 영향은 아닐까 하고 기후학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원인이 곧 밝혀지겠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 우리 지방은 어떨까하고 반문해 보게 된다.
우리 지방의 산업구조를 보면 세종특별자치시 및 내포신도시 건설, 그리고 천안·아산 등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등 굵직한 현안들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이 예전의 농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겨울철 농한기에 농사일을 손 놓고 있기보다는 시설재배, 농가 부업 등 전체적인 맥락의 사회변화가 많다.
시대가 변하고 생활습관이 변하면서 농업중심의 사회에서 산업중심의 사회에 맞는 24절기의 재해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옛날에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어 24절기와 같은 표준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 이름만 남아있고 그 절기가 의미하는 뜻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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