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국민들이 거는 기대 또한 남다르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살기 어렵다는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영역 확장으로 전통시장과 중소규모 사업자들은 심각한 경영 애로를 겪고,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기 일쑤다. 자금의 빨대 효과로 대기업은 더욱 성장한 반면, 중소 사업자들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뀐 지 오래다.
5년 전,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 국민들은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강했다. 대기업 사원으로 시작해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立志傳的) 인물이자, 경제 대통령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친(親) 대기업 정책으로 실패했다는 평가가 앞서고 있다.
세계경기 불황이 국내 경기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참작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정책 실패를 변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와 부처 장관 내정자를 발표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짜증과 한숨부터 내쉬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첫 1기 내각 인선이 도덕성 문제로 얼룩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 후보 낙마에 이어 정홍원 총리 후보자도 위장전입 의혹에 휩싸였고, 지난 13일 발표된 일부 부처 장관 후보자들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병역면제와 위장전입, 투기, 편법증여 등을 둘러싼 의혹이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의 '단골 메뉴'가 두루 등장하면서 '지뢰밭'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김용준 총리 지명자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비슷한 문제로 낙마한 게 바로 엊그제 일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국민들은 짜증과 한숨을 넘어 허탈감과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황희 정승과 같은 인사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공직자는 공복(公僕)으로도 불린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측면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 주위에는 자신이 맡은 직분을 묵묵히 수행하는 성실한 공직자들이 많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앞서 지명되는 고위공직자들의 각종 의혹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 다수가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의 업무능력과 전문성, 인간적 품성을 살피는 검증 시스템을 보다 강화하고,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을 헤아릴 필요성이 있다.
이영록·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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