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시작은 늘 부푼 기대감으로 출발한다. 매년 그래왔다. 그래서일까. 언제는 웃고, 언제는 울고, 그러면서 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상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다람쥐 쳇바퀴나 다름없는 생활속에서 기쁨으로 분노를 삭이고, 즐거움으로 슬픔을 이겨낸다. 이런 맥락에서 본보는 지난해 불신의 벽을 넘기를 기원하면서 '벽을 허물자'라는 연중 캠페인을 전개했다. 나와 너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소통창구를 마련해 보자는 취지였다.
올해는 '사회적 자본' 확충이 단연 화두다. 무형의 가치에서 유형의 가치를 쌓는 초석이기도 한 사회적 자본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점에 대한 해법이기도 하다. 한 때 고 김수환 추기경의 '내탓이요'란 슬로건도, 지난해 본보의 '벽을 허물자'란 캠페인도 궁극적으론 신뢰와 소통, 배려, 봉사 등으로 갈음되는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우리의 다짐이었다.
이에 본보는 올해 이를 아우르는 '사회적 자본이 희망이다-이제는 바꿉시다'라는 주제로 캠페인성 연중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 주>
사회적 자본이란 뭘까.
입안에서 맴돌기만 했지 어느 누구 한 사람 이를 콕찍어 설명하기가 애매하다. 사전적 의미로 사회적 자본은 맥락에 따라 정의가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공동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자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사회적 거래를 촉진시키는 일체의 신뢰, 규범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신뢰는 사회 구성의 기본이다.
믿음이 없는 사회를 한번 상상해 보라. 아마도 이를 두고 '생지옥'이라고 하지 않을까.
반대로 신뢰와 소통, 배려, 봉사가 구석구석 배어나는 사회라면 어떨까. 부정부패가 발을 붙일 수 있을까. 네탓 내탓 공방을 벌일 까닭이 있을까?
주차문제로 사람의 목숨까지 함부로 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신뢰와 배려 등 사회적 규범을 아우르는 사회적 자본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 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모 방송국에서 특집으로 제작한 '남극의 눈물'이란 다큐멘터리가 문득 생각난다.
평균기온 영하 50℃, 블리자드(강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새끼 부화를 위해 희생하는 황제펭귄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4개월동안 아무것도 먹지않고 영하 80℃ 이하까지 내려가는 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새끼 부화에 힘쓰는 아빠펭귄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움직임은 무리가 함께 고작 몇발자국 발을 뗀다는 사실에 가슴깊은 곳에서 뭉클함마저 솟구쳤다.
한낱 동물사회에서 극한을 이기는 방편으로 서로간 믿음과 배려의 힘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내탓으로 돌리며, 사회적 자본 확충이야말로 희망이 될 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충만한, 그리고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도록 모두가 변화하는 한 해 이길 기대해 본다.
이승규 기자 es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