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의 의전 간소화 시책은 어제오늘 나온 것은 분명 아니다. 불필요한 인원과 예산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늘 강조돼 왔지만 좀처럼 실천에 옮기지 못했었다. 그러나 의전 간소화는 형식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예산낭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시대적 실천 과제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물론 이번 공주시의 의전간소화 시책이 일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름 아닌 '해당 자치단체장이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의회 의장의 축사나 환영사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공주시는 행사의 의미를 살리고 시민과 관람객 중심의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각종 행사에서 축사 등은 생략하고 참석한 내빈은 소개할 방침이다.
공주시의 의전 간소화를 둘러싸고 다소의 뒷말이 있긴 하나 시민의 편의를 고려한 시정임은 분명하다. 어느 행사에서나 참석자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인사의 등장은 물론 장황한 축사나 환영사 등으로 시간을 빼앗겼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자신의 인사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리를 비워 참석자들이 오히려 민망해하는 모습을 숱하게 봐오지 않았던가.
이런 모습은 자치단체는 물론 요즘 일선 학교의 졸업식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졸업식장에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학교 운영회장 등등 무슨 인사들이 그렇게 많이 나서 불필요한 인사말로 졸업생과 학부모들의 인상을 구겨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루빨리 고쳐야 할 불필요한 의전인 것이다.
의전행사의 간소화는 정부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오는 25일이면 대한민국의 첫 여성대통령 취임식이 국회의사당에서 펼쳐진다. 초청인사가 6만여명에 달하며 예산만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보다 24% 증액된 31억원 규모다. 국내 실물경기가 최악임에 비춰 의전행사의 간소화도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됨을 정부 당국자들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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