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피해를 입고도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한 기분은 너무도 참담합니다.”
태안에서 20여 년간 식당을 하고 있는 A씨는 기막힌 사연을 어찌할 줄 몰라했다.
A씨는 유류피해 청구액으로 2억5000만원을 요구했지만, 국내 상거래 관행상 피해규모 입증이 어려워 실제 피해를 입고도 보상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14일 대전지법 서산지원에 따르면 국내 사정재판 결과에 대해 '이의의 소'를 제기한 피해주민은 9만여 명이다. 대부분 청구액 대비 사정액이 과도하게 낮게 책정된 주민들과 '보상받지 못한 사람'들로 구성됐다.
앞서 지난 5일에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이 6만3000여명 규모의 이의 소송을 제기, 양측 모두 합쳐 15만3000여 명이 소송장을 제출했다.
이처럼 전례없는 15만여 명이 이의 소송을 내면서 지루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건의 소송장 처리를 위해선 2~3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법원측에서도 방대한 양의 '이의의 소'를 처리하는 데 부담이 막중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피해주민 채권자 가운데 유류오염사고 발생후 사망자가 3000여명에 달해 상속인 확인여부 등 이를 보정하기 위한 복잡한 절차도 남아있다.
때문에 국제기금과 피해주민측의 민사소송 제기에 따른 첫 변론일은 올 상반기가 지나서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사정재판 결과에 따른 민사소송 절차는 앞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 많은 만큼, 이를 시작으로 해결하기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1심 민사재판부가 사정재판부와 동일한 서산지원이지만, 사정재판과는 다르게 민사재판은 민사소송법을 적용하는 법적사항으로 각종 통계 등 보다 포괄적인 자료수집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보상받지 못한 사람'에 대한 인과관계 반영을 위해 대응자료 수집이 최우선 과제라면, 향후 1심 재판(이의소송)이 종결된 뒤에도 유류피해민들에 대한 추가인정을 확대하는 방안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관계자는 “전례에도 없는 방대한 양의 소송장을 받아 당혹스럽지만,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피해보상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지자체와 주민의 공동 고통의 시기였다면 이제는 주민들 개개인의 고통과 맞닿은 시점”이라며 “민사재판을 앞두고 공동변호사 선임을 지원하는 등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끝>
방승호 기자 bdzzak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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