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사고 원인제공자는 복구를 미루고, 이를 관리해야 할 자치단체는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오전 11시, 서구 갈마동 갈마삼거리에서는 온전한 차선규제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로에 설치된 20여 개 가운데 서너 개가 파손됐고 대부분 휘어져 있었다. 비슷한 시각, 유성구 봉명동 일원에서도 사고에 부서진 차선규제봉과 가드레일이 곳곳에서 쉽게 목격됐다. 서구 둔산동 일원 도로도 마찬가지다.
파손된 시설물에 의한 2차 사고가 우려되지만 사고 원인제공자가 책임소재를 이유로 복구하지 않고 있다. 사고 원인제공자들 대부분이 쌍방 과실 등을 빌미로 책임을 거부하고 있다는 게 관계 기관의 설명이다.
대전시 건설본부에 따르면, 2010~2012년 파손된 도로시설물의 교체와 보수 등에 집행된 예산은 총 1억 8000만원에 달했다.
시설물별로도 차선규제봉 1336개와 가드레일 94m, 중앙분리대 765m가 사고손해 등에 교체 또는 신설됐다. 올겨울에만 차선규제봉 60여 개와 가드레일 12m, 중앙 분리대 50m 등이 사고로 파손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신고된 경우가 많아 실제 조사에서 더 많은 도로시설물의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관계기관은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관할당국이 파손 신고를 한 원인제공자에게만 책임을 묻고 '도망친' 이들이 파손한 건 자체 예산으로 복구한다는 것이다.
시민 윤모(37)씨는 “양심적으로 사고 처리를 한 사람만 피해보는 꼴이다. 도망가면 복구할 필요도 없어 손해를 볼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 제도가 너무 허술하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설물을 파손하고도 도주하는 경우 뺑소니로 처벌될 수 있지만 이를 감추려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시민들이 뺑소니를 목격하고 신고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는 이달말 일제 조사를 통해 도로시설물의 파손 실태를 점검하고 파손 책임자들에게 복구요청을 독촉할 예정이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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