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장학사ㆍ교육연구사) 선발시험 문제 유출사건 수사 브리핑이 열린 14일 충남지방경찰청 대회의실에 경찰이 압수한 수표 2억3000여만원과 컴퓨터 등 증거물들이 놓여 있다. 김상구 기자 |
충남교육청 전문직 시험문제 유출 사건의 배경은 특정 세력 확산을 위한 조직적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대상 물색부터 시험문제 출제 및 유출과정까지 이와 관련된 정황이 14일 경찰의 중간수사 발표에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문제가 된 24기 전문직 시험에 금품을 주고 합격한 교사는 중등 16명, 초등 2명 등 모두 18명이다. 지난달 5일 구속된 일선 교육지원청 A(47) 장학사와 14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본청 B(50), C(52) 장학사는 자신들의 '측근'들로만 포섭대상을 정했다.
가까운 지인, 고향 선후배, 대학 ROTC 선후배, 전(前) 근무지 동료교사, 교육청 내 동아리 회원 등 연결고리가 확실한 교사들만 범행에 끌어들였다.
특히 충남교육청이 매년 학업 향상 기여도 등이 높은 일선 학교 교사 10~20명을 선정하는 '으뜸 교사' 동호회가 중점 포섭 타깃이 됐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돈을 주고 시험에 합격한 18명 가운데 다수가 으뜸 교사 동호회에 소속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그룹은 평소 친목모임을 하는 등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사건의 중심인물인 A 장학사 역시 지난 2009년 '으뜸 교사'로 선정된 전력이 있어 해당 동호회가 이 사건에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케 했다.
돈을 주고 시험에 합격한 교사들은 전문직(장학사, 교육연구사)으로 근무하면서 자신들의 합격을 위해 '힘'을 써준 세력에게 이른바 '충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때문에 A, B, C 장학사를 전면으로 내세운 특정세력이 자신들의 세(勢) 확장을 위해 이번 사건을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A, B, C 장학사와 지난달 9일 구속된 D(47) 교사 간에도 4명이 공통된 사안은 아니지만, 일부는 지연과 학연으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출제과정에서도 출제위원 일부를 미리 포섭한 점, 시험 응시자로부터 돈을 현금을 받아 지인에 맡겨둔 점 역시 은밀하게 진행된 특정세력의 조직적 범행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충남교육청은 패닉에 빠졌다.
중등에 이어 초등 전문직 시험에서도 부정에 연루된 교사가 2명이 새롭게 적발됐고 소위 '윗선'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날 브리핑 현장에도 직원을 급파, 정보를 수집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모 직원은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이 없을 정도”라며 “충남교육계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믿을 수 없다”고 자조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