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섭]소통(疏通)과 공감(共感)의 현장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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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섭]소통(疏通)과 공감(共感)의 현장행정

[기고] 이완섭 서산시장

  • 승인 2013-02-14 14:18
  • 신문게재 2013-02-15 20면
  • 이완섭 시장이완섭 시장
▲  이완섭 서산시장
▲ 이완섭 서산시장
소통(疏通)과 공감(共感)이 시대적 화두가 된지 이미 오래다. 환경이 급변하고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협력적 행동방식을 기반으로 '수평적 권력 이동'이 진행되는 현대사회에서 소통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마음을 털어놓는 길이야말로 사회가 건강해지고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장자는 이미 2400여 년 전에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자는 상대방과 차이를 인정하는 '인지', 상대방의 욕구에 맞는 소통을 의미하는 '실천', 마지막으로 소통을 통한 자신의 '변화'를 주문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향해 열려 있는 존재고 타인과 소통하면서 만들어지는 존재라고 장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위대한 소통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시기에 등장한 지도자였다. 레이건이 대통령에 오른 1981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12.5%에 달했고 실업률은 7.5%였으며, '미국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비관주의가 넘실댔다. 하지만 69세의 나이에 백악관에 입성한 레이건은 취임 초기 100일 동안 49차례에 걸쳐 의원 467명을 만나며 초당적 협력을 얻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난관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갔다.

그는 소통과 긍정의 메시지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의 자존심을 드높였으며 세계 냉전을 종식시킴과 동시에 아직도 미국인들의 가슴속에서 사랑받고 있다.

주민이 고객인 지방행정에 있어서도 이제는 소통과 공감이 행정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행정에 있어서 진정한 소통은 '현장행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시민들의 많은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시정에 접목하기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각 읍면동을 돌며 시민들과 대화하고 생활현장을 찾았다. 많은 시민들이 시정에 대한 격려를 보냄과 동시에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았다.

동문1동에서는 한 농가에 들러 화훼 선별ㆍ포장 체험을 했다. 화훼농가들은 계속되는 강추위로 인해 예년에 비해 난방비가 30% 이상 늘어났다며 깊은 시름에 빠져 있었다. 난방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로 인해 꽃 값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다 최근에는 조화로 만든 '인형ㆍ사탕 꽃다발'까지 등장해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이러한 농가들을 보면서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는 목재 펠릿난방기와 보온커튼 지원사업의 확충 필요성을 실감했다.

이른 아침에 방문한 전통시장에서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새벽 여섯시에 나와 저녁 일곱시까지 장사하며 평일에는 많아야 2만~3만원을 손에 쥐어 간다는 생선을 판매하는 아주머니들과 대화하며 가슴이 찡했다. 전통시장이 어떤 곳인가. 평범한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고 서민경제의 근간 아닌가. 침체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 안내판과 LED 조명도 설치하고 주차장도 새롭게 계획하고 있지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다문화가정도 직접 찾아봤다. 대산읍에서 만난 한 결혼이주여성은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가장 힘든 것은 이방인 취급하는 따가운 시선과 알게 모르게 겪게 되는 차별이라고 털어놨지만 그래도 한국생활이 좋단다. 이들에 대한 언어교육과 취업지원도 중요하지만, 일반인과 다문화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시책을 확대 추진해 서로 이해ㆍ배려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책상이 아닌 현장을 발로 뛰는 가운데 확인됐다.

우리 공직자들은 때로는 현장을 한 번 방문하면 쉽게 알 수 있는 문제점을 책상에 앉아서 해결하려 하기도 한다. 제대로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해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도 있곤 한다.

소통행정의 핵심은 '현장행정'이다. 행정의 모든 문제는 현장에 있으며 그 해답도 바로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마음을 열고 주민들과 함께 땀을 흘리다보면 틀림없이 소통이 이뤄지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행정이 가능하고, 결국은 시민감동의 행정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공식적인 시민과의 대화를 마쳤다고 사무실에 안주해 있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항상 많은 시민들과의 만남 속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시정을 펼쳐 나가는 기본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사회의 어둡고 그늘진 곳에 있는 시민들을 많이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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