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랏돈 쥐꼬리만큼 줘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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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나랏돈 쥐꼬리만큼 줘 놓고

[기고]김용복 대전교원시니어 직능클럽 대표 직무대리

  • 승인 2013-02-13 14:08
  • 신문게재 2013-02-14 20면
  • 김용복김용복
▲ 김용복 대전교원시니어 직능클럽 대표 직무대리
▲ 김용복 대전교원시니어 직능클럽 대표 직무대리
나랏돈 7820만원을 줘 놓고 '갈불음 도천수(渴不飮 盜泉水)'를 외쳐대는 사람이 있다. 너무 심해 짜증도 나고 전화를 받아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갈불음 도천수'. 이 말은 진(晉)나라의 육사형(陸士衡)이 쓴 시 '맹호행(猛虎行)'의 첫 구절에 나오는 데 아무리 목이 말라도 '盜泉'이라는 나쁜 이름을 가진 샘물은 마시지 말라는 말로 아무리 궁해도 불의(義)를 저지르지 말고 도덕의 잣대를 엄격히 실행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넓게 보면 나랏돈 떼어먹지 말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전국에는 시니어 직능단체가 19개가 있다고 한다. 이들 단체는 모두들 공직에서 일하고 있다가 퇴직해 나온 이들이 그들의 직능을 살려 사회에 보탬이 되기 위해 설립되었다. 아울러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도 되는 것이다.

직능이란 무엇인가? 직무상의 기능이나 능력을 의미한다. 평생동안 한 업종에 종사하였으니 그 기능이나 능력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가에서는 이렇게 좋은 인력을 저렴한 인건비로 활용하기 위해 직능 단체를 설립해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에서는 저렴한 인건비로 고급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 좋고 퇴직한 시니어들은 일자리가 생겨 보람을 갖게 되는 것이니 좋은 것이다. 이른바 도랑치고 가재 잡는 일석이조가 되는 것이다.

우리 교원들이 설립한 직능단체는 대전 교원시니어 직능클럽이다. 퇴직한 교사들이 모여 중도 탈락한 학생들을 모집해 고입ㆍ고졸 검정고시를 합격할 때까지 지도해 준다. 필요한 경비는 나라에서 대 주는 데 그 기관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다.

우리 단체는 2011년에 6000만원, 2012년에 1820만원, 합해서 7820만원을 종잣돈으로 지원 받았다.

대전에만 학업을 중도에서 포기한 학생들이 1만5000여명이 있다는데 그들을 최대한 구제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군대도 못가고 떳떳한 일자리도 잡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결혼하기도 힘든 것이 우리사회 분위기다. 그런데 청소년기 학생들은 이 심각성을 모른다. 그래서 국가에서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돈을 쓰는 일 년 동안 한국노인 인력개발원 직원으로부터 무수히 지도를 받았다. 말이 좋아 '지도'지 심한 '간섭'이었다. 그가 지도차 방문하는 것은 물론, 전화 걸려오는 것도 받기가 싫었다. 이 돈을 잘못 쓸까 봐 노심초사해 '갈불음 도천수'를 외쳐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꾹 참고 그가 외쳐대는 말에 귀 기울이고 실천으로 옮겼다. 도천수를 마시지 않았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나 결산보고를 하고 2차 점검까지 마쳤다. 그도 우리도 마음이 많이 상해 있었다. 금강역사처럼 생긴 얼굴 대하기도 싫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모든 걸 마치고 나니 잠도 잘 오고 마음도 편해졌다. 내가 마음이 편해졌으니 그도 마음이 편하고 잠도 잘 올 것이다. 나라에 세금을 바친 국민들도 그 돈이 쓰여질 곳에 적절히 사용되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

나랏돈은 눈 먼 돈이 아니다. 살아서 꿈틀대는 살아있는 돈이다.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버릴 수도 있으며 나아가서는 나랏돈 쓰는 단체도 살릴 수 있고 죽일 수 있는 온 백성의 귀와 입이 달린 돈인 것이다.

맹자는 “받아도 되고 받지 않아도 될 때 받으면 청렴이 손상된다고 했고, 줘도 되고 주지 않아도 될 때 주면 은혜가 손상된다”고 했다.

청렴이 부패하거나 은혜를 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 우리 나랏돈 쓰는 단체들은 청렴이 손상되거나 은혜가 손상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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