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민군협력이란 말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민군관계의 역사적 경험에서 출발한 이른바 '민군협력'은 군과 민간사회의 상호의존적인 협력관계라는 틀에서 수평적ㆍ교차적 관계로 발전하여 현재는 동반자적 관계로 이해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의 민군관계도 시대의 변화 속에 순기능과 역기능을 거듭하면서도 점차 그 중심이 군에서 민으로 이동하여 왔고,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군의 정치적 중립이 공통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민군협력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여전히 기술협력이나 R&D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사실 민군협력 역시 그 본질이 일종의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이를 사회적 자본의 하나로 이해하는 인식의 전환이 없다면 발전하는 사회상에 맞춘 민군협력의 모습을 그릴 수 없을 것이다.
대전에 인접한 계룡대의 예를 들어보자.
계룡대에는 우리 군의 의사결정 핵심부서가 집중해 있고 2003년 계룡시 승격은 계룡대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주체들 간의 협력관계의 직접적인 산물이다. 이후 계룡시는 계룡대와의 민군협력에 있어 일차적인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좀 더 포괄적인 공동체의 관점에서 민군협력의 모든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계룡대에 근무하고 있는 군인자원은 예외로 하더라도 인근 군인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수많은 군인가족들은 시민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인 동시에 다양한 사회수요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군인가족의 주 거주지인 신도안 군인아파트는 2014년 말 완공을 목표로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이고 단순히 주거지가 아닌 교육ㆍ문화ㆍ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좀 다른 모습의 민군협력을 이야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정책적 관점의 거버넌스나 산업적 관점의 효율성 같은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 사람 사는 공동체를 중심에 두는 생각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물론 민간과 군은 엄연히 구별되는 경계를 가지고 있겠지만 상호간의 협력에서는 사람을 생각하는 관점에서 참여와 네트워크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발견된다.
결국 협력이란 힘을 합하여 서로 돕는다는 것으로 그 대상과 방법이 천차만별일 것이나 애초의 동기를 필요로 하고 일정한 매개(VEHICLE)를 통해 촉진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필자의 경험은 대학이야말로 민군협력의 새로운 이야기를 위한 가장 훌륭한 매개라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미래사회의 키워드를 '행복지수'라고 말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대학만큼 사회적, 정신적 풍요의 거름이 되는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조직도 드물 것이라는 점에서 대학은 민간과 군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인 동시에 그 자체로 민군협력의 산물을 배가시킬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아직까지 계룡시에 소재한 대학은 없고 지역 대학 대부분이 30여분 거리 내에서 상주하고 있다는 점도 대전지역 대학들이 민군협력의 매개로서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시간과 거리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력방안이 필요함에는 별다른 이견이 있을 수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어떠한 형태의 협력이든 먼저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매개자 혹은 매개체인 지역 대학이 민과 군의 필요와 목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전제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해야 한다.
우리말에 '남이 장에 간다니까 거름지고 나선다'는 속담이 있다. 대학 스스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자칫 민군협력의 매개가 아닌 방해가 될 뿐임을 충분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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