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사철마다 재판 '올스톱' 민원인 불만 잇따라

재판부 변경 탓 내주까지 대부분 휴정

＃ 대전지방변호사회 소속 A 변호사는 최근 법정에 들어갔다가 판사로부터 납득할 수 없는 말을 들었다. 선고기일을 3월로 미루자는 것이었다.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바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 변호사 입장에선 제출한 증거조사만 하면 이달 중순에 재판을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판사는 한 술 더 떠 “피고를 잘 설득해달라”며 3월로 재판을 미뤘다.

A 변호사는 “2주면 모든 재판을 끝내고 의뢰인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지만, 법원 인사 때문에 애꿎은 사람들만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매년 법원 인사를 앞두고, 대부분의 재판이 중단되면서 여전히 논란이 많다.

재판부 변경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지만, 일방적 방침에 변호사는 물론 피고인 등 민원인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12일 대전지방법원에 따르면, 법원 인사가 마무리되는 다음 주말까지 3분의 2 또는 그 이상의 재판이 휴정에 들어간다. 이른바 '휴정기'로, 전국 법원의 인사가 단행되는 시기다. 부장판사를 비롯해 일선 판사 상당수가 바뀔 정도로, 대대적인 인사다.

물론 이 기간에도 일부 법정에서는 선고는 계속된다. 이미 증거조사와 증인심문 등 심리절차를 끝내고 선고만 남은 재판이기 때문이다. 구속기한이 정해져 있는 형사사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법정은 사실상 올스톱이다. 인사를 앞둔 판사가 재판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게 이유다.

법원 관계자는 “퇴임하거나, 인사이동하는 재판부(판사)가 물리적으로 재판을 마무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칫 부실한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증거조사와 증인심문 등 충분한 심리를 거쳐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인사철에 급하게 처리하면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 판사는 “재판에서 유리한 사람은 빨리, 불리한 사람은 천천히 진행하기를 원한다. 또 인사 후 새로운 재판부가 사건을 숙지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원 인사 때문에 피해를 보는 원ㆍ피고나 변호인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연말과 연초에 이미 '동계 휴정기'로 재판이 미뤄진데다, 인사철 때문에 또다시 재판이 지연되고, 여기에다 업무 인계인수와 파악까지 감안할 때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재판이 한 달 후로 미뤄진 피고인 B 씨는 “우리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가족과 직장을 생각하면 절대 미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해마다 법원 인사철이 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만, 변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원고와 피고도 법원의 고객이다. 이 점을 충분히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