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 |
출국수속을 마치고 탑승을 했으나 눈 때문였는지 정시에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해 결국 목적지인 삿포로에는 1시간여 늦게 도착했다.
설국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는 들뜬 마음으로 삿포로에 도착할 즈음 비행기 창밖을 바라본 순간, 절로 감탄이 쏟아졌다. 검은 뱀처럼 도로를 제외한 모든 세상이 하얗게 다가왔다. 그러나 막상 착륙을 하고 출국장을 나와 보니 기대감보다는 실망감만 더했다. 애시당초 온통 눈으로 뒤덮인 도심의 설경을 기대한게 잘못였는지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포근함마저 느껴지는 삿포로의 첫 느낌은 정말 별거 아니었다.
하지만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면서 도로곳곳에서 보여지는 눈더미는 휘둥그레 눈을 의심케 했다. 켜켜이 쌓인 눈의 높이는 많게는 4~5m는 족히 돼보였다. 차량통행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면도로는 20㎝ 정도 두께의 눈으로 포장을 해놓았을 정도다. 삿포로 도착과 함께 오후 늦게 첫 방문지인 삿포로 시청에 갔을 때는 순간 눈발이 장난아니게 몰아쳤다. 제대로 삿포로의 눈구경을 하는 순간이었다. 불과 몇 시간전만해도 별거아니란 생각에서 금세 대단함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봤다. 시멘트 빌딩숲이 휘뿌옇게 가려지면서 가로등만이 멀리서도 뚜렷하게 불빛을 비추고 있었다.
방문 이틀째, 이날은 세계적인 눈축제가 열리는 날(2월5일)이었다.
시간에 쫓겨 전야제 행사만 잠깐 봤던 터라 서둘러 눈축제장을 찾았을 때는 눈꽃이 절정을 내달렸다.
일명 '후부키(ふぶき)'로 불리는 눈보라가 눈앞을 가렸다. 가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후부키는 말 그대로 미친듯이 이리저리 불어 닥치는 눈보라를 뜻하는 말로 후부키=삿포로”라고 했다.
1시간여 동안 불어닥친 후부키가 잠잠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은 햇살이 눈축제장을 비추고 있었다.
일본 NHK 방송국이 인접한 테레비 타워-일본사람들은 그렇게 부르고 있음-에서 삿포로 시청인근의 오도리공원 일원에서 펼쳐지는 눈축제장은 각국의 눈조각가가 참여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올해의 국가 테마는 태국으로 웅장한 왕궁을 눈과 얼음으로 표현한 태국광장이 눈길을 끌었다. 참고로 지난해는 백제를 테마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1300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계승돼오고 있는 이세신궁, 1880년 일본에서 문을 연 고급 서양식 호텔인 호헤이칸, 1889년 개관한 가부키좌, 치비마루코짱(마루코는 아홉살) 등 대형설상들이 축제참가자들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찬란한 축제보다 더 부러운게 있었다. 축제기간(2월 5~11일)동안 무려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삿포로 눈축제. 실제로 개막 당일 발디딜틈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철저하리만큼 질서정연한 관람객들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눈보라속의 관람인파는 어느 누구할 것 없이 남을 위한 '배려'가 몸에 밴 듯했다.
건널목에서는 마치 로봇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일정도다. 짧은 신호주기에도 불구하고 신호등에 따라 수백명이 건너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목격하기 힘들었다. 차량 역시 마찬가지다. 건널목 저 멀리서부터 미리 정차하는 운전자들의 자세는 혹여나 눈길에 보행인이 건널목을 건너다 넘어지지 않을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였다. 더불어 건널목에 배치돼있는 안내원들은 계속해서 눈을 치우며 “길이 미끄러우니까 조심해라. 이쪽이 마니 미끄러우니까 저쪽으로 가면 훨씬 안전하다”고 소리를 높였다.
기자는 세심한 배려가 안전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무형의 가치가 엄청난 유형의 가치를 이끌어 낸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대전시정의 최대 화두는 사회적 자본 확충이다. 염홍철 대전시장이 전국 광역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주창하고 나선 사회적 자본 확충은 이제 대전을 넘어 국가발전의 초석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필요성을 인지, 가치 살리기에 나섰다.
신뢰와 소통, 배려, 봉사 등등 무형의 가치를 일컫는 사회적 자본 확충이 왜 필요한지, 이를 위해 우리 모두 어떻게해야 할 지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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