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하린 서대전여고 1학년 |
그렇게 아빠가 계시는 중환자실에 들어갔는데 주변이 눈이 부실 정도로 너무 하얘서 이 세상 같지가 않았어요. 그때부터였을까요? 갑자기 '아빠가 영영 눈을 안 뜨시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빠 옆으로 TV속에서나 봤던 기계들이 줄지어 서있었죠. 눈물이 막 쏟아지려고 했는데 꾹 참았어요. 혹시 아빠가 제가 우는 소리를 듣고 슬퍼하실까봐 못 울었어요. 결국엔 중환자실에서 나와 펑펑 울었지만 그 때 아빠 앞에서는 절대 울지 말자라고 다짐했었어요. 지금까지도 그렇구요.
의대 교수로서 또 대학병원 의사로서 그 누구보다도 학생들과 환자들을 위해 사셨던 아빠, 늦은 밤 이른 새벽에도 위급환자가 있으면 아무리 피곤해도 달려 나가셨던 아빠가 근무하고 계신 병원 침대에 환자로서 누워계신 모습을 보니까 맘이 너무 아팠어요.
그 이후로도 아빠는 참 큰 고비를 많이 넘기셨던 것 같아요. 큰 수술도 잘 버티시고 재활운동도 열심히 하셔서 이렇게 제 곁에 계시잖아요. 그동안 전 너무 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쓰러지기 전 제게 좋은 말을 해주시려 할 때도 그저 잔소리라고 취급해 버렸던 것, 친구들이 더 좋다고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고 친구와 놀았던 것. 모두 다 후회스러워요. 그리고 아빠랑 함께 했던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사소했던 그 추억들이 제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어요. 담양에서 떡갈비 먹고 눈싸움 했던 일, 같이 드라이브하다가 길 잃어버려서 계속 돌아다녔던 일, 함께 SG워너비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렸던 일까지.
지금은 오른쪽 손이랑 다리가 불편하시지만 조금만 더 좋아지면 우리 가족 멀리 여행가요! 전주 한옥마을 가서 한지 만드는 것 구경도 하고, 바닷가 가서 조개구이도 먹어요. 그리고 제가 커서 첫 월급 타면 엄마, 아빠 꼭 좋은데 모시고 가서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재밌는 것도 보여드릴게요. 어릴 때부터 “돈 벌어서 효도할게요”라는 말 입에 달고 살았는데 빈말이 아니고 진심이니까 기대하고 계세요! 그러니까 제가 커서 돈 벌 때까지 더 아프시지 마세요.
불편한 모습의 아빠를 남들이 이상하게 볼지 몰라도 최선을 다 해서 걷는 아빠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아프고 나니까 환자들의 마음을 더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아빠의 긍정적인 마인드도 본받고 싶고, 불편하신 눈으로 늘 책을 가까이하시는 아빠의 열정을 배우고 싶어요.
아빠! 아빠 예전 별명이 슈퍼맨이었잖아요. 머리 스타일도 슈퍼맨처럼 꼬불꼬불하고 얼굴도 슈퍼맨처럼 잘 생기고 우리 가족한테는 항상 슈퍼맨처럼 힘세고 멋진 아빠이자 남편이셨어요. 저한텐 영원한 슈퍼맨일 아빠! 표현 잘 못하는 무뚝뚝한 딸내미지만 제 속마음은 진짜 이 세상 무엇보다도 아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알아주세요. 아빠가 이 세상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고 멋있어요. 아빠 진짜로 정말 많이 사랑해요~♥
결혼할 때 꼭 아빠 손잡고 멋지게 걸어 들어가고 싶은 딸 하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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