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못 한 처지에서 설에 가족과 친지 얼굴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민족 대명절인 설이 달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취업에 실패한 대학생들이다.
7일 대전 모 대학의 중앙도서관.
방학임에도 절반 이상의 자리에 학생들이 들어차 있다.
책상 위엔 전공책 보다 취업과 관련된 서적들이 차지하고 있다.
토익, 토플 영어 관련 서적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험 대비 책자가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졸업반 A(27)씨는 “지금까지 취업원서만 20장가량 썼는데 번번이 미끄러졌다”라며 “설에 고향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친지들이 취업은 됐느냐는 말을 듣기 싫어 귀향을 아예 포기했다”고 서글픈 심경을 고백했다.
취업 재수생 B(24·여)씨도 비슷한 고민이다. B씨는 “대학을 졸업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시골에서 등록금을 대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어 대전에 남아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다”며 “새해에는 반드시 취업에 성공해 다음 명절에는 부모님 내복을 사들고 고향에 가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이같은 스트레스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인 알바천국이 최근 전국 19~27세 대학생 17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 설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대부분 취업 및 학업과 연관됐다.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어?'가 26.9%로 1위에 올랐으며 '누가 어디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더라'말은 26.7%로 뒤를 이었다.
'넌 어디 취업할 거야?'질문은 22.6%로 3위로 나타났다.
비단, 대학생뿐만 아니다.
중·고교생도 명절이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친지들이 사촌 등과 비교하며 성적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내기 일쑤기 때문이다.
대전 모 고교 1학년인 C(17)군은 “명절 때마다 이모 아들은 전교에서 1, 2등을 다툰다는 데 너는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느냐는 질문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며 “성적 스트레스 때문에 친지들이 모이는 한 자리에 명절이 좋지만은 않다”고 하소연했다.
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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