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기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분과위원 |
그런 행복은 소유의 충족에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들을 이웃을 향하여 나눌 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며, 진정한 부자는 소유가 많은 자가 아니라, 남에게 준 것이 많은 사람이다. '나눔'은 더 이상 어려운 이웃을 위한 온정적이고 자선적인 행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부와 자원봉사가 때로는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기도 하고 절망 가운데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가 되어 그들의 인생을 재건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 해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오고 춥다. 모두가 불경기라고 아우성이며 특히 80년을 동고동락한 충남도청이 지난해 말 내포신도시로 떠나고 난 도청주변 상인들의 한숨은 꽁꽁 얼어붙은 날씨 보다도 매섭고 시리기만 하다.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는 것은 겨울 뒤에 봄이 분명히 오기 때문이다. 이제 입춘이 지나 봄이 오듯이 얼어붙은 대전의 경제도, 도청사 주변의 얼어붙은 상권도, 희망의 새봄이 오기를 기대한다.
대전시를 비롯한 중구청, 은행 등 많은 기관 단체 직원들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발 벗고 나서 구내식당 휴무일을 늘려가며 도청이 떠난 자리를 채우려고 옛 도청사에서 회의와 모임을 갖고 주변 식당이용하기를 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희망의 끈이 되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2013 나눔 캠페인'을 마감한 결과 사랑의 온도탑이 목표액을 뛰어넘는 110.6도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6일부터 1월말 까지 67일 동안 진행된 캠페인 모금액이 당초 목표했던 38억 5300만 원을 크게 웃돌았고 캠페인 개최 후 처음으로 40억 원을 넘어 42억 6000만 원으로 증가했으며 개인들의 소액 기부와 각계각층의 참여가 확산되면서 100도를 가뿐히 넘겨 사랑의 온도계를 펄펄 끓게 했다. 모아진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접수를 받아 기초생활수급권자,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생활시설, 장애인시설 등 관내 불우 이웃들을 위해 쓰이게 된다.
사실 지난해 11월 말 캠페인을 시작할 즈음에 목표 달성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에다 장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여기에 최악의 한파까지 겹쳐 기업은 물론 서민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사랑의 온도를 높이려는 시민들의 정성이 수십 년 만에 찾아온 매서운 추위도, 좋지 않은 경제사정도 시민들의 뜨거운 마음의 열기를 막지 못한 것이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의 모금 실적과 연말연시 캠페인에서는 개인 기부자들의 참여가 크게 늘어나 아름다운 기록을 만들었다. 수입은 늘지 않는데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는 팍팍한 삶을 살면서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랑의 온도를 100도 넘게 올리는 일에 함께 한 대전 시민 모두는 행복주주가 되었다.
내일 모레면 뱀띠 '계사년'이 시작되는 설날이다. 뱀은 제때 허물을 벗지 못하면 그 안에 갇혀 죽음을 맞이하지만 고통을 감내하며 허물을 벗음으로써 이전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가족, 친구, 회사, 세상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타박할 게 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질 방법은 없는지, 내가 먼저 그들을 행복하게 할 순 없는지 불신의 허물, 미움의 허물, 부정적인 생각의 허물, 모두 벗어버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 일년내내 사랑의 온도가 100도 넘는 행복한 대전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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