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즌이다.
초ㆍ중ㆍ고교는 이번주 대부분 졸업식을 치렀다. 교육청과 경찰은 졸업식 뒤풀이를 집중 단속하겠다며 으름장이다. 폭력 양상으로 번지는 잘못된 졸업식 관행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뒤풀이 명목으로 돈을 뺐거나, 강제로 옷을 벗기는 이른바 '강압적 뒤풀이'가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서 초ㆍ중ㆍ고교의 졸업식장이 살벌해졌다.
졸업의 의미는 새로운 출발을 담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식 풍경은 졸업식 노래 처럼 아쉬우면서도 정겹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이 보다 덜 정겹고, 대학의 졸업식에선 좀 처럼 희망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대학 졸업은 오는 20일을 전후해서 열리나 학생들에게 졸업은 IMF 외환위기 이후 커다란 '멍에'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학기 중 단 한 번도 휴학하지 않고 대학 4년을 다닌, 말 그대로 스트레이트식 졸업은 학생들에게는 꿈일 정도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대학 졸업 예정자 2348명 중 60.9%가 갚아야 할 빚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인 꼴이다. 1인당 빚은 300만~600만원 미만(16.5%)이 가장 많았으며 300만원 미만(12.7%)등의 순으로 집계되었다.
빚을 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학교 등록금 때문이다.
졸업 유예 신청을 하는 기현상으로 대학 5년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 4학년생 623명 중 42.7%가 졸업을 연기할 계획인 것으로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가 통계를 냈다. 청년 실업의 문제가 심각함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2012년 전체 실업률은 3.2%인데 반해 청년 실업률은 7.5%에 달한다는 통계만 봐서도 말이다. 취업을 해도 6개월 이상 버티는 학생이 많지는 않다. 전국의 대졸 취업자 100명 중 16명은 6개월 안에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학생들이 졸업 후 한시적으로 직장에 다닌 후 곧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는 것이다.
각 대학이 요란하게 떠드는 취업률 지표는 헛 구호에 지나지 않다는 게 일선 교수들의 하소연이다.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이 밝힌 '2011년 대학별 유지취업률 현황'에 따르면 2011년 전국 4년제 대학 168개교(일부 신학대 제외)의 유지취업률(취업 후 6개월 기준)은 84.1%였다. 3개월 유지취업률 평균은 90.4%였다.
대학별 '유지취업률' 통계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의 한 대학의 취업 유지율은 81.8%(6개월)로 전체 대학 중 124위였다. 이 대학 100명 중 20명은 6개월 내에 회사를 그만뒀다는 의미다. 대학이 발표한 취업률과 유지취업률의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는 대학들이 취업률을 부풀리기 위해 졸업생을 모교에 단기 취업시키는 등 편법을 쓴 것으로 의심된다.
이들은 장기적 청년실업자가 돼 가정은 물론 사회, 국가에 커다란 피해를 주고 있다.
대학 과정 이전의 초ㆍ중등 학생 사교육비 조사만을 봐도 심각하다.
대전의 고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반면 충남은 전년보다 1.0%감소하며 16개 시ㆍ도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며 대조를 보였다. 대전은 6534억원, 충남은 5974억원에 달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12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1.7% 감소한 23만 6000원을 기록한 가운데 대전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3.8% 증가한 24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졸업 시즌. 기쁘지 않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각 대학에 밀어붙이기식으로 취업률 수치를 높일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경제 토대를 잘 마련하는 사회적 배려가 절실하다.
박근혜 정부가 공약을 내세운 만큼 청년 실업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주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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