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현재의 지방은 중앙정부의 단순한 대리인(agent)으로 인식되는 상태이고, 이런 구조는 오히려 양자가 암묵적으로 재정적 부담과 자기 책임성을 서로 교환하면서 '즐기는 관행'을 지속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6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 지방4대 협의체, 한국지방재정학회, 한국지방세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새 정부의 재정분권 강화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손희준 전 지방재정학회장(청주대 행정학과 교수)과 이영희 한국지방세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20%에 불과한 지방세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여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최소 7대 3이상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현재의 지방재정 구조 하에서는 국가가 지방에 재원을 이전하면서 권한행사를 할 수 있고, 지방은 자율성은 떨어지지만 이전재원으로 징세노력을 할 필요가 없게 되면서 지방은 중앙의 대리인 역할로 머무르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희 수석연구위원은 “지방비 부담을 수반하는 국고보조사업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실질적 지방세 비중은 1995년 지방자치 실시 이후 오히려 감소(95년 21.2%→10년 18.9%)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OECD 주요 국가는 물론 조세환경이 비슷한 일본보다 지방세 비중이 22.3%p 낮은 열악한 지방세 구조로는 공무원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손희준 교수는 “자치단체가 과세자 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전재원만 급속히 증가하여 지방자치 근간을 훼손할 정도”라면서 “재정분권의 기본방향은 지방재정의 자율성 확대에 따른 책임성 확보”라고 밝혔다.
세미나를 공동 주관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김관용 경북지사는 “실질적 지방자치 구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분권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김대중 기자 dj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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