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교 한국화학연구원 바이러스시험연구그룹장 |
예상치 못했던 바이러스시험 가능성 문의에 대해 외국에 의뢰하라는 답변 밖에 할 수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소재ㆍ부품ㆍ장비ㆍ공정 연구 개발에 필요한 바이러스시험체계가 확립되어 의뢰받는 다양한 시험을 수행할 수 있었다. 또한 의뢰현황을 통해 백신개발이나 바이러스치료제 개발 외에도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물이나 공기 속의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개발된 UV 등에 촉매장치를 장착한 소독기기, 물로부터 플라스마 발생기기, 빛에 의해 활성화되는 항균제를 입힌 벽지나 천, 바이러스 소독을 위해 개발된 물티슈, 노로바이러스를 소독하기 위해 개발된 소독제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의뢰받는 시험들은 시험목적에 따라 선정된 바이러스들을 증식시켜 고농도의 바이러스액을 확보하여 시험한다. 예를 들어 물과 관련된 실험은 수돗물 바이러스의 하나인 폴리오바이러스와 뮤라인 노로바이러스 등을, 공기와 관련해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라이노바이러스 등을 이용한다.
바이러스 시험의 기본은 바이러스를 적합한 숙주세포에 감염시켜 바이러스를 증식시키고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증식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어떤 바이러스는 감염된 세포가 병들고 죽어가는 것을 현미경 관찰로 이미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어떤 바이러스들은 증식은 하지만 세포의 외형적 변화는 보여주지 않으며, 어떤 바이러스들은 증식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험바이러스에 대한 최적의 숙주세포와 증식조건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바이러스의 증식여부 확인방법 및 고농도의 바이러스를 생산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병원성 바이러스의 취급은 실험자나 주위 환경에 위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위해성에 따라 실험실의 최소 생물안전등급(BSL 또는 BL)이 정해지며, 필요한 등급의 실험실이 확보되지 않으며 바이러스의 취급이 허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필요시설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정부차원의 취급허가가 필수적인 바이러스도 있다. 등급은 총 4등급으로 분류되며 숫자가 커질수록 취급 미생물의 위험도 커진다. 4등급은 에볼라 바이러스나 천연두 바이러스와 같이 연구원이 실험실의 공기와 접촉하면 절대 안 되는 경우에 사용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4등급 실험실이 없으며, 3등급 실험실은 수십개가 운영중이다. 공기조절이 필요한 3등급 실험실은 미생물을 여과할 수 있는 헤파필터를 통과시켜 깨끗한 공기를 밀어 넣어 주면서, 한편으로는 그 이상의 공기를 빼내어 약간의 진공상태를 만든다. 빠져나가는 공기는 헤파필터를 거치게 해 병원균은 걸러지고 깨끗한 공기만 배출되도록 한다. 공기의 재순환이 허락되지 않아 온도와 습도가 조절된 공기가 그대로 빠져나가 에너지 손실이 크다. 이런 이유로 일반실험실 보다 유지비가 5~10배 이상 들기 때문에 안전성을 유지하는 에너지 절약방법 개발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나로호 발사 성공에 온 국민이 기뻐하고 있고 우리나라만의 독자 기술개발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지구촌 차원의 전염병이 유행할 때는 바이러스 시설과 연구투자의 필요성이 대두되지만, 잠잠해지면 투자대비 효용성이 이슈가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지속될 바이러스 문제를 국내 원천기술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산ㆍ학ㆍ연을 위한 장기적 바이러스 대응 기술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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