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내 5개 소방서 가운데 중부소방서는 1970년대 건립됐으며 남부소방서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의 소방서도 1980년대 또는 1990년대 건립돼 이미 오래 전부터 심각한 노후화가 나타났다. 소방서와 안전센터 등 시내 30여 곳 가운데 20년을 초과한 곳이 17곳으로 약 57%가 낡은 소방청사라는 것이다.
소방청사의 노후화로 소방관들의 대기공간도 협소함은 물론 근무여건이 열악한 실정이다. 소방청사는 일반 기관의 건물과 달리 소방관들이 현장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휴식 등을 취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공간이다. 때문에 그 어떤 업무공간보다도 내부 구조 및 환경에 있어서 더 안정감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건립된 일부 소방서의 경우 다양한 공간을 갖추고 소방관들이 업무와 휴식을 효율적으로 취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지난 2011년 준공된 서울 은평소방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유실(PTSD)까지 갖추고 정기적으로 정신과 전문의가 소방공무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를 관리해오고 있다. 소방청사가 단순히 사무적인 기능만 하는 곳이 아니며 소방관들의 휴식 및 건강관리까지 책임지는 곳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관내 취약계층들을 상대로 식사 대접은 물론 무료 건강진료의 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명실공히 지역의 봉사공간으로도 활용됨은 물론 소방공무원들에게는 업무 이외에 휴식 및 정신적 치유의 공간으로까지 기능이 확대된 것이다. 소방청사 노후화는 이런 추세에도 역행하고 있다.
대전시 소방인력 1100여명 가운데 80% 이상인 900여명이 현장활동요원으로 화재진압을 비롯해 조사, 구조, 구급, 상황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 소방관의 상당수는 화재 진압 과정에서 직ㆍ간접적으로 화마의 공포를 경험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 차이는 있으나 상당수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했을 것이다. 이들이 경험했거나 현재도 겪고 있는 직업병 치유의 첫걸음도 바로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다. 대전시는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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