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현 대전은어송초 교장 |
수년 전부터 '공교육의 위기'라거나 심각하게는 '학교 붕괴'라는 말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학교는 존재하고, 수많은 학생과 교사들이 여전히 교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대다수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하고 신뢰한 덕택이다. 사회에서도 여전히 학교에게 학생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단지 선생님들을 무시하고 존경하지 않으며 신뢰하지 않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과거보다 좀 많아졌을 뿐이다.
현대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어제의 기술과 오늘의 기술이 다르고, 어제의 가치와 오늘의 가치가 다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어려운 일들 또한 사회가 변화하고 발전하고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기존의 권위가 무너지고 새로운 권위가 나타나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라 생각하며 교원들도 그 변화에 적응해 나가면서 새로운 직업으로서 교사의 권위를 정립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대에 알맞은 교사의 권위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십여 년 전, 대전의 선생님들과 호주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갈 때 술이나 담배 같은 기호식품을 많이 챙겨 나가던 풍토가 있었고 우리 일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항에서 선생님들이 챙겨 온 잡다한 기호식품들을 가장 어린 인솔 장학사인 내 캐리어에 모두 모아서 출국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호주에 입국할 때 발생했다. 호주는 입국심사가 매우 까다롭다. 입국심사관이 내 캐리어를 열더니, 입국 심사서를 가리키며 '당신은 부정직한 사람이다'라고 소리 질렀다. 입국 심사서에 '알코올은 1 이상은 소지하지 않았다'고 적었는데 그것을 속이고 이렇게 술을 가지고 왔으니 많은 벌금을 내야한다고 화를 내면서 설명을 했다. 나는 서투른 영어로 연수생의 공동 소유라고 설명을 했지만 전혀 타협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의 길로 해결이 되었다. 꽤 긴 시간 실랑이를 하다 내가 '나는 대한민국 대전시교육청의 장학사다'라고 하자, 입국심사관은 '장학사?'라고 묻더니 군말 없이 나를 통과시켜주었다. 영문을 모른 채 입국장을 빠져나와 현지 가이드에게 그 상황을 설명했더니, '호주에서 장학사는 절대로 거짓말을 한다거나 남을 속이는 일을 하지 않는 가장 정직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기 때문에 두말없이 통과시켜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직업에 대한 믿음만으로 그 사람 자체를 신뢰한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진정한 권위는 내가 내세울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남으로부터 주어졌을 때 그 빛을 발한다. 교사의 권위는 과거로부터 저절로 오는 것도, 큰소리를 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억지로 가질 수도 없다. '내 교실부터'라는 자신감으로 새 시대의 변화에 우리를 던져보는 게 어떨까? 교원들은 학생들에게 가능성을 키워주는 신뢰와, 삶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용기와, 진정한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슬기를 꿋꿋하게 전달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교원들이 그렇게 바로 설 수 있을 때, 아이들이 기다리는 '꿈의 멘토'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삶의 향기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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