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가 사회 곳곳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졸업과 입학시즌이 다가오지만 일각에서는 비용 부담을 느껴 '안 주고 안 받기'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졸업과 입학시즌을 맞아 다양한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매출은 예년보다 신통치 않다. 설 명절과 맞물린 탓도 있지만 경기침체가 불러온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경기침체 때문에)돌파구가 없다”며 자조 섞인 하소연을 스스럼없이 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졸업과 입학선물에 대한 비용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특수를 노린 업체들이 고가의 상품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도 등골이 휘기는 마찬가지다. 초등학생 책가방과 실내화가방 세트는 20만~30만원대 상품이 허다하고, 대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백팩의 경우 30만~40만원대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의류와 구두 역시 웬만한 상품들은 수십만원을 훌쩍 넘는 상황이다.
받는 사람이야 기분 좋을 수 있지만, 주는 사람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서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방안으로 '안 주고 안 받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형식적일 수 있지만 '최소한 받은 만큼 줘야 된다'는 인식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 위해서다.
A백화점 관계자는 “졸업과 입학선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예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백화점 입장에서는 매출 하락으로 이어져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물에 대한 선호도도 바뀌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전통적 선물인 볼펜과 만년필, 가방 등이 주요 선물 품목이었지만 이제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선호하고 있다.
대학 입학 예정인 C(20)씨는 “선물이야 받으면 좋지만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면 별다른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며 “상품권은 언제든지 내가 필요한 것을 구입할 수 있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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