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욱 대전상의 부회장ㆍ오성철강 회장 |
통계에 따르면 2000년 1만8000개에 달하던 동네빵집은 작년 4000여개로 줄고, 그동안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은 1500개에서 5200개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동네빵집 수난시대요, 고사직전이다. 물론 어디서나 같은 품질의 제품, 표준화된 서비스를 담보한다는 프랜차이즈는 소비자선택에 따른 불확실성이나 위험을 줄이려는 소비자에게는 매우 편리한 서비스다. 그러나 전국 어디를 가나 대형 프랜차이즈의 몇가지 빵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또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이런 마당에 대전지역의 문화적 상징으로 까지 자리잡은 성심당의 쾌거는 참으로 박수를 받을 만하며, 무한한 경외심마저 품게 만든다.
성심당은 지역경제의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측면에서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지역의 자랑, 지역주민의 자부심, 향토사랑의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단순히 빵집으로만 치부할게 아니다. 대전지역에 성심당과 같은, 작지만 자랑스러운 기업이 각 분야마다 있다면 대전은 얼마나 살맛나는 동네가 될 것인가? 상상만 해도 흐뭇해진다.
그동안 우리경제는 '큰 것이 좋은 것이야'를 외치며 중후장대한 산업의 육성에 나라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지원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자랑스러운 세계적 기업을 가지게 되었다. 해외에 나가서 우리나라 기업의 상표를 볼 때 뿌듯함을 느껴본 이들은 세계속의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각하게 된다.
그러나 지나친 외형위주의 성장경쟁은 우리 사회의 성공에 대한 인식기준을 변화시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덩치 큰 것에 중점을 두는 정책이나 덩치를 성공의 잣대로 순위를 매기는 사회 인식, 언론 보도 때문에 지역에 기반을 두고 내실을 기하는 중소기업에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어 왔다. 외형위주의 경쟁은 대마불사를 외치며 차입경영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 급기야 금융위기때 큰 낭패를 보기도 하지 않았는가.
역사적으로 주변의 강대국에게 치여 등 터지던 새우였던 우리민족으로서는 우리도 한번 커보자 하는 한맺힌 절실함이 있었다. 그래서 동양최대, 세계최대에 전국민이 환호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수준의 경쟁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덩치 큰 골리앗만이 글로벌 경쟁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민첩하고 유연한 다윗이 오늘날처럼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큰 환경하에서는 훨씬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선진국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강소기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역할은 청년실업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 더욱 중요해진다. 대기업을 키워 얻어낸 고용효과는 얼마나 되는가? 오히려 그동안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줄었다고 한다. 정책적으로 홀대를 받았으나 중소기업이 고용에서 담당해 온 역할이 더 컸던 것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국민이 일할 중소기업의 고용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중소기업 육성정책은 무너진 중산층 재건을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한 것이 아닌가. 이제는 중소기업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전환을 통해 경쟁력있는 강소기업을 적극적으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피터팬효과'라는 희한한 단어가 대변하듯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러 가지 대국민약속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은 역시 미래창조경제라 생각된다. 새정부에서 구상하고 추진하는 미래창조경제가 골리앗과 같이 덩치 큰 선수만을 양성하는 게 아니라 다윗과 같이 재치있고 지혜로운 선수를 길러내는 경제가 되고, 그래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젊은이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경제문화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