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대전이지만 그동안 축제의 변천만은 어느 도시 못지않게 다채롭기 그지없었다. 좀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대전시에서 제대로 키워낸 축제 하나 없었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한밭문화제'를 비롯해 몇 년 전 갑천을 중심으로 한 '물축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시민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축제다운 축제가 없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올겨울 '화천 산천어축제'에는 140여 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는 것이다. 올해로 10회째인 이 축제 덕분에 화천이란 곳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흥미롭게도 지난해 미국 CNN은 이 축제에 이처럼 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것에 대해 '겨울의 7대 불가사의'로 꼽았다. 올해의 경우 화천 산천어축제에 외국인 2만여명 이상 다녀갔다 하니 무엇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방문객들은 한결같이 그저 '다른 축제보다 다양한 것을 보고 체험해서 좋았다'고 말한다. '화천 산천어축제'가 성공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2003년 시작된 이 축제는 '화천'이라는 강을 낀, 청정한 지역적 이미지와 '산천어'라는 테마가 어울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잡아끈 것이다.
이는 보령머드축제의 성공요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령'의 바다와 진흙의 이미지, 피부미용에 좋다는 웰빙효과가 이미지업 돼 관광객을 사로잡아 성공한 축제가 '보령머드축제'인 것이다. 이들 두 축제의 핵심은 다름 아닌 지리적 특성과 축제의 정체성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대전시 관계자 70여명은 4~7일 일본 삿포로시를 방문해 '삿포로 눈축제'를 둘러볼 예정이다. 세계 3대 축제의 하나인데다 축제에 5t 트럭 7000대 분량의 눈이 소요된다니 세계인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축제임이 분명하다. 이번 대전시 방문단이 축제 개최 도시의 지리적 특성과 축제의 정체성을 분명히 벤치마킹한 후 우리 지역 축제에도 접목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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