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바로, 검사가 검사석에 앉는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검사다. 피고인의 변호인도 나타났다. 역시 30대의 여성 변호사다. 잠시 후 재판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법관도 여성이다. 검사와 변호사보다는 연령이 많은 듯하지만, 40대에 들어서진 않아 보인다. 이어 재판이 시작된다. 여검사와 여변호사의 대결이 펼쳐지고, 이를 지켜보던 여법관이 관련 사실을 재확인한 후 판결을 내린다. 법조계에도 본격적인 여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여경찰이 잡으면, 여검사가 기소하고, 이에 맞서 여변호사가 변호하고, 여법관이 재판하는 바야흐로 '여(女) 전성시대'다. 경찰과 검찰, 법원 등에서 실제 접해본 이들을 제외하고는 실감 나지 않겠지만, 이미 상당한 힘을 차지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들 기관에 여성은 얼마나 될까.
조사해봤더니, 대전지법 전체 법관은 76명이다. 이중 여성은 23명으로 30%를 넘는다. 법원 관계자는 “대전은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 조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전지검에 현재 근무 중인 검사는 모두 39명이다. 8명을 제외하면 31명이 평검사다. 이 중 여검사는 12명으로 40%에 육박할 정도다.2000년대 중반부터 사법고시 합격생 중 여성 비율이 높아진데다, 사법연수원 졸업 성적에서도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여법관과 여검사가 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얘기다.
그나마, 변호사업계는 아직 남성파워가 강하다. 대전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326명 중 여성변호사는 28명이다. 10%도 안 된다. 법조계에 여성 진출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은 게 주요 이유다.
모 변호사는 “공직인 판ㆍ검사와 달리, 우리는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여성이 많아지는 만큼, 언젠가 변호사업계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전경찰의 경우 2402명의 경찰 중 여성경찰은 167명이다.
'현장'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법원ㆍ검찰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갈수록 늘고 있어 내부에서는 승진 경쟁 등을 이유로 '여경의 날(7월 1일)'까지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여경이 극히 적었던 과거와는 다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여경의 날마다 특진(1명) 혜택을 받고 있는 것에 부러움을 넘어 곱지않은 시선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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