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소재. 그러나 '더 헌트'는 다른 길을 간다. 거짓말에서 비롯된 오해가 어떻게 집단화하고, 급기야 한 인간의 가슴에 시뻘건 주홍글씨를 새겨놓는지 날카롭게 해부한다. 시작은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꾸며낸 거짓말이었다. 졸지에 성추행범으로 몰린 유치원 교사 루카스는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그는 동네의 '나쁜 놈'이 된다. 사람들은 믿는다. “어린아이가 거짓말을 할 리 없어.” 자신의 거짓말이 엄청난 사태로 번져가는 데 겁을 먹은 아이가 “루카스는 잘못이 없다”고 고백해도, 엄마는 말한다. “너의 무의식이 끔찍한 기억을 차단한 거란다.”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뒤집힘,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 것에 대한 집단의 믿음, 그 광기와 폭력에 의해 한 개인이 처참하게 짓밟히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답답하다. 집단의 빗나간 믿음에 의한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자각에 이르면 등줄기가 서늘하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마녀사냥, 학교 내 왕따나 연예인을 자살로 몰아간 악플 사건을 알고 있는 우리에게 '더 헌트'는 남의 일 같지 않다.
당황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출발해 분노가 폭발하고, 끝내 용서하는 매즈 미켈슨의 섬세한 연기가 마음을 두드린다. 그는 이 연기로 지난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7번방의 선물'의 아빠 용구는 오해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더 헌트'는 사건 1년 뒤, 주민들과 어울리는 루카스를 보여준다. 그는 정말 면죄부를 받았을까. 대전아트시네마 상영 중.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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