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덕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
자아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이어서 부모로부터 독립하고자 하지만 또래와는 밀착된 관계를 맺게 된다.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의 간섭이나 지도보다는 또래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에서 살아가야할 다양한 사회생활 기술들을 습득한다.
청소년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다. 학교에서 청소년들은 지식을 획득하고 친구를 만나고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학교가 학교폭력이라는 괴물로 인해 친구, 선생님, 부모와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앞으로의 삶의 근간이 될 친구관계를 회복시켜주기 위해서는 행복한 학교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학교폭력근절과라는 다소 생소한 부서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신설되었다.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정책 당국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공영방송에서는 '학교2013'이 방영되고 있고 '정쌤'의 활약에 모두가 환호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ㆍ유인, 명예훼손ㆍ모욕, 공갈, 강요ㆍ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ㆍ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 하고 있다.
학교내외는 물론 사이버상의 행위도 학교폭력의 범주에 속하며 가해자에 대한 신속한 조치 및 피해자에 대한 심리상담 및 치료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학교폭력의 원인으로는 매체를 통한 간접경험, 교우관계의 불만, 좌절경험, 소외감 등을 꼽을 수 있다.
가해자의 개인적인 기질의 문제는 물론 매체의 영향, 성적위주의 사회분위기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친구들과 자신의 경제적, 성적,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교우관계불만이 학교폭력이라는 수단으로 표출 된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전반에 팽배한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학교에서 우리의 아들, 딸들을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개인차를 중요한 주제로 하고 있다. 지적인 능력, 성격, 스트레스 조절, 지각과 감각 능력, 인지능력이 다른 사람들이 사회를 형성하여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고 있다.
학교 안에서 규칙준수를 전제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교우관계, 사제관계가 필요하다. 학교에서의 한정된 시간이 각자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계속된다면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더불어 사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만들기가 2013 행복한 학교 만들기의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심리적 상처를 남기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청소년시기의 일회적인 사건에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 사회생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면에서 예방과 사후 상담 및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대전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선도적인 도시로 학교폭력 가해학생 및 부모교육을 위한 새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피해학생과 부모교육을 위한 힐링센터를 전국에서 처음 시범운영하게 되었다. 필자도 이 중차대한 일에 참여하게 된다.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앞으로 만나게 될 청소년들을 내 자녀보다 더 소중한 존재로 대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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