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류는 대전에서도 감지된다. 대전시가 올해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지방은행 설립 업무를 맡아 추진해온 공무원들을 타 부서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업무 공백을 걱정하게 됐으니 추진 의지를 의심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전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건의한 16개 정책과제에 지방은행을 포함시켜 의지를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인수위 건의와 설립 추진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막대한 자본금 확보, 확고한 영업기반 마련 등 따로 추진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말만 무성할 뿐 이런 과제들은 윤곽도 잡히지 않았다. 추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방은행설립추진위원회라든가 유관기관 및 전문가 협의회 같은 기구도 보이지 않는다. 경제계를 내세우고 지자체는 뒤로 한발 물러선 듯한 모양새도 없지 않다.
행정이 앞장서 끌고가기 보다는 민간이 주도해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는 맞다. 상공회의소, 기업인,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거해 설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공론화하는 마당은 누가 깔아줘야 하는가. 은행의 대형화 추세로 지방은행 설립에 부정적인 정부는 누가 나서서 설득해야 하는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은 다수 충청인들이 희망하는 사안이다. 대전발전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충청인 10명 중 8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필요한 이유로 영세상공인 및 서민계층 지원, 지역 중소기업 육성 및 지원 등을 들었다. 지자체들도 자금 역외유출을 막고 중소기업 지원과 육성을 위해 지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시민이 원하고 지자체도 공감한다면 지자체가 나서서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지역의 절실함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전시와 충남도, 세종시만이라도 똘똘 뭉쳐 한 목소리로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하기 바란다. 입장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면 하루빨리 조율하는 만남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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