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가공식품 또한 잇따라 상승했기 때문에 식탁물가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공공요금까지 인상됐거나 예정돼 있어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A씨는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는 커녕 더 이상 졸라맬 허리띠도 없다”며 “나라님들은 뭐하고 있느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2. 주부 B(46)씨는 요즘 쇼핑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백화점에 나가면 그 어느 때보다 파격적인 VIP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백화점마다 매출 상승을 꾀하기 위해 소비력이 강력한 고객들에게 집중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어서다.
B씨는 “다른 때보다 쇼핑이 편리하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명품 등을 살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서민들은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반면, 부유층 소비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전 A백화점의 명품관 매출을 살펴봐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A백화점은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새해 첫 정기세일을 진행했다.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명품 매출은 오히려 0.1% 신장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올해 1월 1일부터 26일까지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나 신장된 상태다.
대부분 품목에서 매출이 하락했지만 고가인 명품과 모피 등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A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의 신장률과 함께 명품 시계 매출이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명품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백화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B백화점과 C백화점은 새해 첫 정기세일 매출이 지난해보다 각각 8.3%와 1.5% 빠졌지만 고가의 브랜드 매출은 여전했다.
B백화점은 지난 정기세일 기간에 식품군 매출이 27% 감소했지만 여성의류는 2.2% 상승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소비 양극화 현상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다가오는 설 명절 선물세트도 아주 저렴하거나 최고급 프리미엄 상품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서민들은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반면, 부유층은 고급스러운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소비심리 위축은 급격하게 심화됐지만 부유층은 이전과 같은 씀씀이가 이어져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