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소음 및 재산권 제한 피해를 겪어온 세종시 항공부대 인근 주민들이 마침내 막혔던 말문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세종시는 24일 오전 별관에서 강용수 의회 부의장과 함께 항공부대 이전을 위한 주민설명회 및 의견수렴을 했다.
505기지(월하리, 20.712㎢)와 532기지(보통리 1.328㎢)로 인한 소음과 각종 재산권 제한이 주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졌고, 예정지역과 원도심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애물단지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이 자리에는 연서면 월하리와 연기면 등에 거주하는 주민 20여명이 참석했다. 시는 의견수렴에 앞서 항공부대 이전을 위한 활동을 보고했다. 수십년간 수면 아래 잠겨있던 인근 주민 피해 실상은 2011년 심대평 전 의원의 국방부 국정감사 질의 과정에서 드러났고, 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다. 지난해 2월 옛 연기군의 총리실 건의로 재추진 흐름을 나타냈고, 이해찬 의원과 강창희 국회의장과 만남을 거쳐 지난해 10월에는 국민권익위 현장 조사가 성사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할 가시적인 흐름은 만들지 못한 상태로, 이날 주민들의 분노와 터진 말문은 거침없이 쏟아졌다.
원모씨는 “우리가 어떤 고통 속에 살고있는 지 입에 담기도 힘들다. 민사소송 중인데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모르겠다”며 “국방부 등에 수십번 건의해도 들어먹어야지”라는 말로 첫 포문을 열었다.
주민들의 하소연은 국방부 등 정부에 대한 원망과 실망에 맞춰졌다.
김용욱(월하리)씨는 “동네 식당 건물 매입 후 헐고 새 집을 지으려했더니 규정상 안된다 한다. 있는 건물만 있는 거니까 가능하다고 한다”고 했고, 차성광 4리 이장은 “주민을 얼마나 무시하는 지, 뭐라고 말로 표현도 못한다. 하수처리장을 마을 6m 앞에 설치하는 곳이 어디있냐”며 “짐승 하나, 과일 하나 제대로 키울 수없다”고 하소연했다.
말을 아끼는 대신 참았던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는 주민도 적잖았다.
김광중씨는 “TV음을 25~30으로 항상 유지한다. 군부대로 둘러싸여 겨울이 되면 수시로 빙판길이 형성된다”며 “어르신 건강관리실 개설을 하려고 해도 규제 때문에 안된다”며 국방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시에 대한 날선 비판도 나왔다.
임중경(월하3리)씨는 “행정기관은 들은 척, 만 척하고 현장조사도 한번 안나오더니, 오늘부터 시작이라고 한다”며 “민사소송을 해도 지원조차 없었다. 재산권과 소음, 진동, 균열 등 피해는 고스란히 입는데, 재산세는 꼬박꼬박 받아가더라”는 볼멘소리를 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이달 안으로 육군본부 및 항공작전사령부 관련자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며 “전국적으로 이 같은 군부대 민원지역이 많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안타깝다. 증빙자료 수집과 현장조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세종=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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