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에 입주한 주민들은 분양대금에 이 시설의 조성비용을 이미 부담했고, 일부 건물주는 8000만원을 웃도는 시설비를 납부해 별도로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안신도시 주민과 입주상인들은 비용을 부담한 공공시설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광역시와 자치구 사이 업무 엇박자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도안신도시 땅속에는 어른 몸통만 한 수송 관로가 40㎞ 묻혀 있다.
작은 냉장고 크기의 투입구 465개에서 뿌리내린 지하 수송관로는 도안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유성구 상대동과 원신흥동, 서구 가수원동 집하장으로 각각 모인다.
신도시 입주민과 상인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음식물쓰레기와 종량제봉투를 투입구에 넣으면 수송관로를 통해 집하장에 옮겨져 처리하는 첨단시설이다.
이러한 시설이 지난해 5월 준공 이후 9개월째 운영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조성비용을 시민이 부담한 공공시설물이 시와 자치구 사이 업무협조 부족으로 수개월째 가동되지 않고 앞으로 시설 가동여부도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도안신도시에 현재 입주한 1만1500세대나 상가 상인들은 이들 시설의 설치비용 920억원을 부담한 상태다.
공동주택이나 공공시설물은 토지분양가에 자동집하시설의 설치비가 반영됐고, 일부 규모가 큰 빌딩은 8500만원 남짓의 비용을 별도 부담하기도 했다.
시와 자치구가 전에 없던 쓰레기 처리시설을 운영하는 데 드는 추가비용을 어느 기관이 부담하느냐에 심각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시는 쓰레기자동집하시설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중 올해 13억9000만원을 서구와 유성구에 지원키로 약속하고 나머지 4억5000만원은 두 자치구가 부담해 시설을 정상화하기로 지난해 9월 협약한 바 있다.
그러나 시의 지원금이 본예산 편성이 아닌 특별지원금으로 이뤄져 운영비 지원이 계속 이뤄진다는 보장이 사라졌다며 자치구가 시에 관련 조례 제정을 요구하며 시설은 현재까지 멈춰서 있다.
그사이 도안신도시 입주민들은 927억원짜리 쓰레기집하시설 위에서 쓰레기와 운영되지 않는 집하기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닭볶음탕 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주말에는 음식물쓰레기가 두세 통씩 쌓아놓고 있다”며 “투입기가 왜 가동되지 않는지 언제부터 쓸 수 있는지 설명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주빌딩 관리자 임모 씨는 “쓰레기 투입기를 건물건축주가 부담하라고 해서 8500만원을 부담했는데 1년 가까이 사용도 못하고 건물 입구만 막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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