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환경이 급변하면서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문화예술분야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한국 근대문화예술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예술인을 배출한 대전의 문화예술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3차례에 걸쳐 신진예술인들의 현주소와 대책 및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본다.<편집자 주>
지역 한 대학의 미술학부 졸업을 앞두고 있는 A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졸업 전시를 열어야 하지만 지역 화랑과 서울 화랑을 두고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열번의 전시를 하기 보단 중앙에서 한번의 전시를 여는 것이 낫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울 인사동 화랑 전시를 계획했다.
작가 B씨 또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꿋꿋이 지역에서 창작활동을 벌여왔지만, 최근 지역을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떠날 수가 없다. 자신의 고향이 대전이기 때문이다. 아프고 힘들지만, 고향이 대전이기에 그는 지방작가로 남으려는 것이다.
지역의 우수한 문화예술인력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역 문화예술계가 위축되고 있다.
23일 지역 미술계에 따르면 지역 4년제 미술대학에서 매년 1000여 명의 작가가 배출되고 있지만, 지역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서울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대전예총이 조사한 '세대별 대전예총 회원'에서도 알 수 있다. 4700여명의 대전예총 회원 가운데 50대가 1678명(35.3%)으로 가장 많고 40대(23.8%), 60대(22.6%), 30대(11.1%), 20대 (10%) 순이다.
이는 지역에서 예술적 기량을 한껏 펼쳐보일 무대와 기회,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홍보 등 전시를 뒷받침할 전문 인력이 없다는 점도 신진 작가들이 타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중 하나다.
반면 수도권 지역은 미술관이나 화랑마다 신진작가들을 찾기 위한 공모를 하고 시에서도 유휴공간을 확보해 창작 스튜디오를 만들어 예술가를 키우고 있어 지역 작가들이 중앙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역 젊은 작가들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이 안돼있고 기성작가 위주의 시스템 '문화장벽'이 있어 적응하기에 어렵다고 토로한다.
더욱이 일부 지역 예술인들의 경우 낮에는 일하고 밤엔 작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는 “작가들은 아무리 비싼 대관료라도 중앙에서 전시를 열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탈대전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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