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수현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이미 대선은 끝이 났고 당선인의 공약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도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복지자본주의체제에서는 복지는 복지재정확보라는 기본적인 문제의 함정이 있다.
복지재정만을 두고 본다면 2013년 사회복지예산은 102조 8100억 원으로 정부예산 기준으로 30%를 초과하고 있고, 재정비율을 두고 본다면 말 그대로 가히 복지국가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는 수치다.
그러나 늘어난 복지예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복지급여를 받는 대상자들이나 빈곤층의 복지체감도는 여전히 머물러 있고 정치권이나 경제권, 그리고 조세부담층에서는 복지함정(welfare trap)이나 빈곤함정(poverty trap) 논란을 지속하고 있다.
이렇듯 경제성장과 복지이념을 동시에 추구하는 복지자본주의체제에서는 사회복지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권과 경제권 등에서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경제권이나 조세부담층이 정치권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도 없는 문제다.
복지자본주의체제에서는 흔히 선거 때마다 이슈가 되는 보편적 복지의 함정에 대한 우려나 복지포퓰리즘 논란은 복지선진국에서도 여전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기치로 내걸었던 지난 정부시기에도 복지예산이 꾸준히 증가추세를 유지한 것을 보더라도 복지재정의 역진성(Regressiveness)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알 수 있다.
2009년 기준으로는 GDP(국민총생산) 대비 복지비용이 9%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끝에서 두 번째였지만, 최근 5년간에는 37%의 가파른 증가율을 보임으로써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복지재정 100조 시대를 연 올해 복지예산의 특징 중 하나는 여야가 공히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일자리 예산 등 이른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러한 보편적 복지이념은 이미 사회복지학계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상식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보편적 복지의 당위성은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인식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늘어난 복지재정이 제대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효율적으로 사용이 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복지재정이 늘었다고 복지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보는 복지재정의 함정을 극복해야 할 것이며, 이는 복지의 전달체계를 촘촘하게 해서 복지사각지대가 없도록 하는 것과 상관이 있다는 점이다.
늘어난 복지예산을 근거로 선언적으로만 홍보를 해온 것이 지난 정부까지의 복지재정의 함정이었다면 새로운 정부에서는 늘어난 복지예산이 경제권이나 중산층에서 우려하는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이나 빈곤함정을 가져오지 않도록 하는 정치력이 요구된다.
다시 말하면 확대된 복지제도가 일부 수급자계층에만 중복급여되지 않고 정작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이 되어 대상자 선정의 적격성과 성과성을 가져올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신정부에서는 복지의 질에 관한 철학이 정립되어야 할 것이며, 그것은 복지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복지행정체제의 개혁으로 나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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