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주 명지대 건축대학 교수 |
비록 사는 집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보일러를 끄는 순간 추워지고,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으며, 윗집과 시끄럽다고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집값이 오를 거라 믿으며 참고 살아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발코니와 유리창 쪽에서 물이 새고, 집안 곳곳에서 곰팡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유리창에 결로가 생기는 것은 모든 집에서 생기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왜 살 만하지 않고, 쾌적하지도 않는 집에서도 참고 살고 있을까? 녹색복지와 에너지복지가 필자의 설계철학이 된 것은 오랜 시간 독일에서 살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어떻게 설계하고 시공해야 '사람을 대접하는 집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되뇌이며 건축가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살만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껏 해오던 방식으로 건축물을 설계하거나 시공하면 안 된다.
최소한 겨울과 여름철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따뜻하고 시원한 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적으로 설계와 시공에 임해야 한다.
에너지절약형 건축물이 에너지만을 절약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선택해야하는 옵션처럼 보이겠지만, 에너지를 절약하는 건축물로 만들기 위해 고려하는 디테일과 시공방법이 사람들에게 좀 더 쾌적하고 건강한 집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국가정책이 나갈 방향이 '복지'건 '녹색성장'이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집' 즉, 에너지절약형 건축물을 짓는데 몰두해야 할 것이다.
독일에서는 에너지절약형건축물설계에서 주로 다루는 과목은 '건축물리'다. '건축물리' 책 첫 페이지에 건축물이 외단열을 해야 하는 이유가 첫째는 인간의 건강을 위해, 둘째는 건축물의 수명연장과 구조체 보호를 위해, 셋째는 에너지절약을 위해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구의 건강을 위해라고 적혀있다.
'건축환경'이 건축물을 둘러싼 기후환경과 건축물로 인한 주변환경에 대한 영향유무를 주 내용으로 다룬다면, '건축물리'는 건축물 부위별 물리적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자재선택 그리고 자재들 간의 디테일에 대한 논리를 세우면서, 건물에너지 최소손실과 최대획득의 밸런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건축물리는 건축가, 시공자 그리고 감리자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건축주까지도 알아야 할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대적 화두에 맞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은 2013년 역점사업으로 '에너지복지'를 선언했다. 특히 연구원이 한국에너지재단과 함께하는 '주택에너지진단사 양성교육프로그램'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건축관련분야 사람들에게 에너지와 주택의 상관관계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최전방 교육'을 통해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교육내용에는 취약계층이 살고 있는 기존주택 에너지효율개선를 위한 건축물리적 전문지식과 시공방법, 그리고 개선 후의 자가진단을 위한 에너지시뮬레이션 교육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에너지재단 특성에 맞춰 기획한 현장시공자들의 눈높이 교육은 '에너지복지' 차원을 넘어 '교육복지'의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기에 그 공로를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무조건 고치면 좋아진다고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왜 고쳐야하고 무엇을 어떻게 고쳤을 때 자신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가를 전문가를 통해 배우고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교육도 함께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에너지복지'는 '교육복지'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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